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이겨내며 희망의 싹을 틔운 보람 있는 한 해였다”며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더욱 겸손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2019년 마지막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국민의 노력과 헌신 덕분”이라며 “‘세상을 바꾸는 힘은 국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가 영상 생중계를 통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전해진 만큼 “일터와 가정, 어디에서나 묵묵히 자신의 직분을 다하면서도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위해 참여하고, 나누며, 연대해 주신 국민 여러분이 한없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격려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표결에 부쳐진 이날 “검찰 개혁의 제도화가 결실을 볼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고, 우리 사회 전반의 불공정을 다시 바라보고 의지를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 법안의 국회 처리 필요성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적지 않은 갈등과 혼란을 겪었지만 국민의 절절한 요구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 가운데 상당 부분을 국회를 향한 질타에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미 역대 최저의 법안 처리율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고,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까지 무력화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민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아무도 정치적으로 대립하더라도 국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마저 방기하며 민생을 희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제 볼모로 잡은 민생·경제 법안을 놓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