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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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도, 자유한국당도 답이 아니다"

이같이 기존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모으기 위해 연말 여의도 정가에서 '정계개편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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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정면 대치에 총선국면으로 전환이 느려지며 본격적인 정계개편 움직임은 아직 가시권 밖이지만, 경계선에 선 인사들을 중심으로 심심치 않게 저류의 흐름이 감지된다.

내년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정치권의 태풍이 될 수도 있는 정계개편론의 중심에는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정치인들이 서 있다. 대표적 인사가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종인(사진)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29일 KBS '일요 진단'에 출연해 자신이 그리는 정계개편의 구상을 제시했다.

"유권자가 집권 세력은 별로 업적이 없으니 표를 주기는 싫은데, 막상 한국당에 표를 주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는 게 김 전 위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집권당이 그동안 크게 업적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평소 같으면 (야당이) 받아먹는 형태인데, 지금 한국당은 그걸 고스란히 받아먹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현재의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실망한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담아낼 그릇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다. 한국당의 현주소는 아직 '탄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은 것이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역시 "여론 무시하고 막가는 막장 정권인데, 왜 여론은 우리에게 오지 않는가"라며 "절박함이 부족하고 절실함이 부족한 것이 첫째 이유이고, 탄핵 잔당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한 것이 둘째 이유"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황교안 대표 체제의 한국당은 민주당과의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을 거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여(對與) 강경투쟁 일변도, 극우 성향으로 흐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양극단의 정치' 구도는 총선을 앞두고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큰데, 그럴수록 현재 여론조사 기준 10∼20%대의 중도(무당)층에 호소력을 지닌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김 전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정치신인'과 '세대교체'를 내세웠다. 무조건적인 보수통합은 안 된다고 봤다. 따라서 홍 전 대표와 그가 참여한 국민통합연대의 '보수 빅텐트론'과도 조금 거리가 있는 구상이다.

보수발 정계개편의 한 축으로 이미 거론되고 있는 유승민 의원 주도의 새로운보수당은 창당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둘러 합치고 보자'는 한국당 주도의 보수통합론에 회의적이라는 점에서 유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의 시각은 일치한다.

새보수당은 이날 서울과 부산, 경기, 인천 등 4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도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이미 27일 경남, 28일 대구에서 시도당 창당을 마쳤고 30일에는 대전시당 창당대회를 개최한다. 정당법상 중앙당 창당 조건인 '5개 이상 시도당' 창당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창준위는 내달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착수한다.

유 의원은 이날 새보수당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 "명분도 철학도 없이 걸어가면, 한국당이 총선에서 대승하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그런 식으로 통합하면 국민에게 아무런 감동을 안 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마음을 정한 유권자, 민주당·한국당·정의당의 골수 지지자 몇 분을 빼고는 (마음이) 열려있다"면서 "개혁보수가 뭐냐고 묻는다. 저도 100% 만족스러운 답을 못 드릴 때가 많다"면서도 '보수' 기치를 분명히 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보수에서 내세웠던 두 대통령이 오늘날 저런 상황에 놓여 있는데, 보수란 말이 일반 국민에 먹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젊은 중도'를 표방하며 보수진영을 끌어들이자는 게 김 전 위원장의 전략인 셈인데, 이는 '젊은 보수'를 중심으로 재건해 중도층에 호소하려는 유 의원과 노선상 차이가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강력한 추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정계개편론이 '담론'과 '구상'의 수준을 넘어서 현실에 착근하기 위해선 강력한 구심을 중심으로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 한다. 정치권에선 이런 이유로 뚜렷한 인적·물적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중도정치 실험'이 실패로 끝난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도 충분하지는 않다. 김 전 위원장은 다만 "시간이 그렇게 급박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6년 총선에서도 '국민의당 돌풍'은 총선 막판에 불었다는 의미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