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생에서 가장 길고 길었을 하루.
구속영장 기각후 동부구치소를 나서며 교도관에게 인사하는 조국 전 장관.

부당한 권력에는 꼿꼿하게 맞서지만
힘없는 공무원에게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다.

이것이 조국 인사법이다."
(정청래 전 의원 페이스북 글)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이 유재수(55·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동부구치소를 나오며 직원에게 90도 각도로 공손히 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소식은 27일 오전 1시께 들려왔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 사건의 범죄 혐의는 소명됐다"면서도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영장실질심사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구속영장 기각, 구치소 나서는 조국  (사진=연합뉴스)
구속영장 기각, 구치소 나서는 조국 (사진=연합뉴스)
◆ 정청래 "이것이 조국 인사법이다"

기자들이 대기중인 가운데 동부구치소를 나오던 조 전 장관은 별다른 입장표명 없이 자신을 배웅한 직원 두 명에게 90도 각도로 인사를 각각 하고 기다리던 차에 올랐다.

이를 두고 정 전 의원은 "이것이 조국 인사법이다"라며 "부당한 권력에는 꼿꼿하지만 힘없는 공무원에게 고개를 숙인다"고 존경을 표했다.

반면 이를 언론이 자신을 주목하는 것을 의식한 가식적인 행동으로 본 네티즌들도 있었다.

조 전 장관의 인사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자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는 "인사 꾸벅하며 바른 척, 올바른 척, 이중인격 (doro****)", "카메라 돌아가니 쇼 한 거지 (dbru****)", "인사하는 거 보소. 인생이 가식. 저거 못바꾼다. 죽기전까지 (zin9****)", "구치소 직원한테 90도 인사 쇼하고 있네. 뼈 속까지 쇼하는 근성. 역겹다 (star****)"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풀려나야 되고, 3년 동안 대법원까지 싸워야 한다"면서 "죄도 없는 사람 불러서 스트레스 주고. 구속될지 모른다는 상상하게 하고. 거기서 풀려나왔다고 우리가 눈물을 흘리며 좋아하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 靑 "조국 구속영장 기각 결정 존중…檢, 무리한 판단"

청와대는 조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이었는지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은 수사권이 없는 상항에서 정무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통상의 업무를 수행해왔음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며 “검찰은 직권 남용이라는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한 바 있는데 향후 그 직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법원의 최종판결에 의해 명확하게 판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이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향후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한 후 재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 나서는 방안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