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성탄절이자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25일에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대치를 계속했지만 여론의 관심에서는 멀어진 모양새다. 23일부터 사흘간 10여 명의 여야 의원들이 발언대에 섰지만 지겨운 정쟁만 되풀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월 첫 임시국회가 종료된 이날 밤 12시까지 50시간 동안 여야는 번갈아가며 무제한 자유토론을 이어갔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취지와 달리 의원들이 선거법 개편과는 무관한 사실상 자유 발언 형식으로 시간을 끌면서 본회의장이 고성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다는 내용을 공개했다”며 “이런 것이 바로 검찰권의 남용”이라고 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삼국지에 나온 동탁에 비유해 “역적 동탁, 의회 쿠데타의 주모자”라고 맹비난했다. 문 의장이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청년 조직을 이끌 당시 별명이 장비였다는 것을 거론하며 “신의의 장비가 아니라 역적의 동탁이 됐다”고 한 것이다. 같은 당 정유섭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이날로 수감 1000일을 맞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필리버스터가 사흘간 이어지면서 문 의장을 대신해 주승용 국회부의장이 의장석을 지키는 것을 놓고도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당은 “국회를 무시하느냐”고 반발했고, 이에 맞서 민주당은 야유를 보내면서 본회의장이 고성으로 어수선해지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이 나서 짧게는 2시간, 길게는 6시간에 달하는 토론을 이어갔지만 3년 전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때와는 달리 정쟁성 발언으로 일관하며 여론의 눈총을 샀다. 국회 관계자는 “필리버스터가 여론에는 밥그릇 쟁탈전으로만 비친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선거법 개정이 밥그릇 쟁탈전으로 흐르면서 필리버스터도 역시 국민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민주당과 정의당 등 ‘4+1 협의체’가 자신들이 발의한 선거제 개편안에 관한 발언을 장시간 이어가는 점도 필리버스터의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소수가 다수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할 수 있도록 한 필리버스터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수가 의사진행을 막기 위한 합법적인 수단으로 필리버스터를 하는데 여당이 맞불을 놓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