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5일 “‘비례한국당 창당 시 내년 총선에서 범(汎)보수 진영이 국회 의석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문건을 여당이 만들어 배포했다”고 주장해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을 부결시키려는 한국당의 꼼수”라고 강력 부인했다. 선거법 개정안 표결이 임박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범보수 진영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이날 배포한 ‘비례위성정당 관련 검토 자료’에 따르면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창당할 경우 범보수 진영이 최대 152석까지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배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은 ‘지역구 250석 대 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의석수(캡) 30석을 가정했다. 선거법 개정안과 거의 같다.

비례한국당의 존재 유무에 따라 총선의 승패가 갈렸다. 비례한국당이 없으면 민주당이 125~128석(득표율 40%), 한국당이 110~112석(35%), 정의당이 17~21석(10%)을 각각 확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최대 149석으로 범진보 진영의 과반 확보가 확실시 된다.

비례한국당을 포함한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비례민주당이 없다는 가정하에 민주당 40%, 한국당 0%, 비례한국당 35%, 정의당 10%, 새보수당 5%, 우리공화당 5% 순으로 정당득표율을 기록하면 “범보수 진영이 152석으로 과반을 확보한다”고 분석했다. 민주당(120석)과 한국당(105석)은 지역구 의석만 확보하고 비례한국당이 비례의석 30석을 가져가면서 사실상 원내 1당이 바뀐다는 시나리오다.

새보수당(10석)과 우리공화당(7석)도 비례 의석 중 일부를 가져갔다. 정의당은 8~11석만 확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장은 문건을 민주당이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건 표지에 나온 ‘제176차 의원총회 일시’를 근거로 “그 시간에 의원총회를 연 민주당이 자료를 배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처음 보는 문건으로 의총 배포 자료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민주당 내에선 비례한국당 창당 시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전날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가 외부로부터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당이 의석 과반을 쓸어간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아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 내 위기 의식을 고조시켜 선거법 개정안을 부결하려는 한국당의 전략”이라며 “당초 방침대로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