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중 간 외교전(戰)이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극적 진전 기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대 결단’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23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여섯 번째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교착 상태에 놓인 미·북 대화를 타개할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리는 8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주석과의 ‘번개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3국 정상회의 일정에 맞춰 청두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베이징에 머무는 시간은 몇 시간에 불과할 것으로 전해진다. 진전 없는 비핵화 대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북 간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연말 중대 도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만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시 주석의 측면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최근 한반도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중 간 소통·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완전히 봉합하지 못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도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 이후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만남 등을 통해 사드 사태 이후 촉발된 한한령(限韓令)을 완전히 매듭 짓는 성과를 거두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 측이 이를 핑계 삼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지분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이라는 다국적 협의체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6자회담에서 논의될 경우 의장국인 중국이 주도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각국의 이해 관계가 얽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 관련 상황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특히 최근 북한의 위협적 성명을 고려해 긴밀하게 소통과 조율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된 이번 통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한편 중국의 역할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백악관이 북한의 ‘위협적 성명’을 명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며 “북한이 ‘성탄 선물’을 공언하며 미국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반응”이라고 해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