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오는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현안을 논의한다고 20일 공식 발표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지는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 브리핑을 통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15개월 만에 개최되는 정상회담”이라며 “그간 양국 관계의 어려움에 비춰 개최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4일 태국에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양국 정상 간 환담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 현안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담 전망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끼리 만나면 항상 진전이 있기 마련”이라며 “수출규제 문제에 관한 실무자 회의에서도 조금씩 진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진전되는 범위가 더 넓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본 경제산업성이 사전예고 없이 홈페이지에 띄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 일부 해제’ 조치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측이 제시한 유화 제스처로 해석됐다. 일본이 지난 7월부터 개별 허가 품목으로 분류했던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필수 소재 3종 중에서 유독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에선 일본의 이번 조치를 반기고 있다. 일본 정부가 8월 이후 세 차례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기 때문에 당장 수급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장기적인 공급 안정성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수출규제 대상이 됐던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극자외선(EUV) 공정용인데, 주로 삼성전자가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연구용으로 소량 구매하는 정도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국산화하기가 쉽지 않았던 품목”이라며 “수입이 수월해지면 경영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와대는 일본의 조치에 대해 “일부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기존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따른 양국 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한국 정부와의 대화 의지를 어느 정도 평가하면서도 양국 관계의 복원을 위해 일본에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의 일부 규제 해제가 곧바로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복귀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반도체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화수소는 여전히 개별 허가 품목으로 묶여 있어서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한·일 간 갈등의 근원인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양국이 타협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재원/조재길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