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세력화하는 이익단체들

원격의료는 의협서 가로막고
차량공유는 택시가 반발
법률시장 개혁도 변호사 반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1일 ‘서비스산업총연합회 창립 7주년 기념행사’에서 “2020년을 ‘서비스산업 활성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11개월 전인 올 1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발언을 연도만 바꿔 똑같이 반복했다.

정부가 매년 추진하겠다는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이익단체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대표 사례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홍 부총리가 기재부 담당 국장이던 2011년 발의된 이 법은 9년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원격의료 도입 등 보건·의료 분야 규제완화 방안을 담은 탓에 대한의사협회 등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8·19대 국회에서 시한만료로 폐기된 뒤 20대 국회에서는 의료 분야 규제완화는 의료법에서 따로 다루는 내용으로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의료법 개정이 추진되지 않아 이와 연계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택시업계 반발에 가로막혀 있다. 국토교통부는 택시 노사 4단체와 함께 작년 4월부터 택시산업 발전 방안을, 6월부터 카풀 서비스 도입을 논의했다. 최종 협상 단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합류하자 택시업계는 서울 여의도 집회를 열며 실력행사에 나섰고 결국 카풀 서비스는 ‘없던 일’이 됐다. 곧이어 불똥이 모바일 기반의 차량호출 서비스로 튀면서 ‘타다 금지법’이 발의돼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변호사업계의 반대로 법률시장 개혁도 차질을 빚고 있다.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비스산업 혁신 방안에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을 담으려고 했으나 대통령 임기가 절반이 넘도록 공론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이 허용되면 변호사와 의사, 회계사와 변호사가 전문법무법인을 차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변호사가 다른 전문자격사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동업 허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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