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왼쪽)과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16일 일본 도쿄 경산성에서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정책 대화를 열었다.  /연합뉴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왼쪽)과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16일 일본 도쿄 경산성에서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정책 대화를 열었다. /연합뉴스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할 한·일 국장급 대화가 재개되면서 양국이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 근본적인 현안에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극적 반전이 이뤄지기는 당분간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양국은 16일 일본 도쿄에 있는 경제산업성에서 전략물자 수출통제와 관련해 논의하는 국장급 정책 대화를 열었다. 2016년 6월 마지막으로 열린 뒤 중단됐다가 3년 반 만에 재개됐다.

이번 대화는 창고나 다름없는 곳에서 ‘푸대접’을 당했던 지난 7월 과장급 실무회의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우호적이었다. 경제산업성 장관 주재 회의 때 사용하는 회의실에서 회의가 열렸다. 이날 한국 측에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 등 8명, 일본 측에선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 등 8명이 참석했다.

이날 양국 국장급 대화는 회의 시작 10시간 만인 오후 8시15분께 종료됐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주요 의제는 △민감기술 통제 관련 현황 △양국 수출관리제도 운영 △향후 수출대화 추진계획 등 세 가지였다.

산업부 측은 일단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국이 각각 책임과 재량 아래 실효성 있는 수출관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며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책 대화와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다음 정책 대화를 이른 시일 내에 서울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수출규제의 해제 여부는 자국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원상태로 돌리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는 양국 외교장관 사이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은 전날 저녁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외교장관회의 만찬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약 10분간 환담하는 데 그쳤다. 두 외교장관은 당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정식 회담을 할 계획이었지만 일정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

일본 NHK에 따르면 모테기 외무상은 강 장관에게 한·일 관계 악화의 근저에 있는 것은 태평양전쟁 중 징용을 둘러싼 문제라며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임락근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