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보고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청와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보고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종합패키지를 만들라”고 특별지시했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 열리는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대책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홍 부총리에게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정례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주거정책, 사회복지정책 등 기존 4인 가구 기준이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최근 경제상황과 내년도 경제여건을 진단하고 2020년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과제도 보고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투자 활성화, 벤처창업생태계 강화, 국내 소비 관광을 통한 내수 진작 등 경제 전반에 대한 보고와 참석자들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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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1인 가구 종합대책 만들라"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1인 가구 패키지 대책’을 지시한 것은 1인 가구의 증가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어 종합대책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시절에도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주거 정책을 마련하면서 1인 가구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고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번엔 주거뿐 아니라 사회·복지정책까지 포괄하는 종합대책을 주문한 만큼 다음주 열리는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도 이 안건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 9.0%였던 1인 가구는 20년 뒤인 2010년 23.9%까지 껑충 뛰었다. 지난해는 29.3%까지 늘어 사상 처음으로 3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 집에 한 집꼴’로 1인 가구인 시대를 맞게 되는 셈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은 일곱 번째로 1인 가구 비중이 높다.

1인 가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소득이나 삶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대책이 시급한 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1인 가구의 35.9%는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거뿐 아니라 고령화 저출산에 따른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1인 가구 대책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 기준이 4인 가구 위주로 마련된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보고에는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이정동 경제과학특보 등이 참여해 1시간40분 동안 의견을 나눴다. 2020년 경제정책방향은 다음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아파트 가격 등 부동산 정책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