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 거론되는 정세균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사진)은 13일 차기 총리설과 관련해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가 정 전 의장을 인사검증하고 있는 가운데 총리 발탁에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한 배경이 주목된다.

정 전 의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기 총리 유력설에 대해 “아직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역구인 종로 출마를 위해 내년 1월 중순께 출판기념회를 준비 중인 와중에 청와대로부터 인사검증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이 마음을 굳히지 못한 데는 지역구 출마 이후 대권 도전을 계획한 일정에 변화가 생긴 점과 함께 입법부 수장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면서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로 가는 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총리’로 염두에 뒀던 김진표 의원의 총리 기용 카드가 무산된 이후 정 전 의장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그는 정계 입문 전 쌍용그룹에서 상무로 재직했고,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는 등 여권 내에서 드물게 실물경제를 두루 경험한 인사로 꼽힌다. 문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호남(전북) 출신이라는 점도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정 전 의장의 국무총리 낙점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이제 막 시작한 데다 정 전 의장도 주변 의견을 경청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정리된 이후에나 인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지역구를 맡고 있는 현역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고 내각에 남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구 출마를 위해선 공식선거일 3개월 전인 내년 1월 15일 이전에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청문회 일정을 역산하면 한 달 전인 15일까지는 청문요청서를 국회로 발송해야 한다.

여권 관계자는 “현역의원 출신 장관을 교체하려면 15일까지는 내정뿐 아니라 청문요청서까지 국회에 보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