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 협상  /연합뉴스
미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 협상 /연합뉴스
한·미 외교당국이 오는 17~18일 서울에서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를 연다. 사실상 연내 타결을 위한 마지막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 주한미군 기지 반환 문제와 어떻게 연계될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13일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각각 수석대표로 각 대표단을 이끌고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기존의 협정 틀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인내를 갖고 미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제10차 SMA 협정문의 유효기간은 올해까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연내에 협상이 마무리돼야 내년부터 11차 협정문을 적용할 수 있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 측에 내년 분담금으로 올해(1조389억원)의 5배 수준인 약 47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항목에는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기존 SMA 틀을 벗어난 새로운 항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 정부는 '기존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가 주한미군 기지 환경 정화 비용 문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한·미 간에 걸쳐있는 외교 현안들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연계해 미국 측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1일 정부는 그동안 '환경오염 정화비용'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던 강원 원주, 인천 부평, 경기 동두천의 4개 미군기지를 환수했다. 미국과 계속 협의해나간다는 조건을 달고 환경 정화 비용을 우선 한국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에 당장 관련 비용을 받아내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비용을 내되,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의 요청으로 정부가 검토 중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도 방위비 분담금과 연동돼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해군을 파병해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것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3일 "(미국이 파병)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직간접적으로 회의 상에서 (파병) 요청이 있었던 것"이라며 "현재까지 (파병 관련) 결정이 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