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과 전례 무시하고 '아전인수'에 빠진 집권 여당
“세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출 예산을 통과시킨 적이 있나요? 기재부 장관 대답해 보세요.”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 표결에 앞서 신청한 토론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렇게 따져 물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과거와 달리 예산부수법안에 앞서 예산안부터 먼저 상정하면서다. 한국당은 당장 불법이라고 반발했다. 세법 개정안 등 26개 관련 법안이 통과해 세수가 확정돼야 세출 내역이 담긴 예산안을 처리할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과거 국회가 예산부수법안부터 처리해온 전례가 이번엔 무시된 것이다.

문 의장은 지난달 29일에는 정반대로 전례를 앞세웠다. 한국당이 무더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했을 때 본회의를 열지 않는 방식으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무산시키면서다. 재적의원 과반이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개회하지 않는 게 전례라고 문 의장은 설명했다. 한국당에선 문 의장이 전례를 아전인수 식으로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통과한 예산안은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수정해 마련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끝난 뒤 여야 교섭단체 대표가 예산안을 협의해온 관행은 무시됐다. 초법적이라는 비판에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국회법에 교섭단체 대표 간 협의를 하라는 조항은 없다”고 했다. 전 의원은 앞서 여야 3당 교섭단체 대표가 모여 예산안을 수정하는 예결위 소(小)소위원회의 법적 타당성 논란이 일자 “효율적 심사를 하기 위한 국회의 관행”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예산안 통과 다음날인 11일 “2010년 정의화 국회 부의장이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적이 있다”고 뒤늦게 반박했다. 하지만 이런 행태가 온당한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지금의 한국당처럼 “의회 폭거”라고 반발한 사실은 거론하지 않았다.

한국당의 대책 없는 ‘시간 끌기’에 휘둘릴 수 없었던 민주당의 사정은 있다. 하지만 법을 넘어서는 사정은 있을 수 없다. 국회가 쌓아온 전례를 따르지 않을 때는 마땅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 ‘너희도 했으니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정당화하는 여당을 보며 국회에서 법과 전례를 존중하지 않는 또 다른 전례만 생겼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