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과학원이 8일 발표에서 언급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활용할 고체연료 관련 시험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ICBM에 활용 가능한 고체연료 엔진이 완성되면 연료 주입시간이 줄어들어 미국의 사전 탐지를 피할 수 있다. 미국 본토까지 ICBM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이번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한 중대한 시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연구소 교수는 “이 같은 표현에서 위성발사라기보다 ICBM용 고체연료 엔진의 첫 시험일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은 국방과학원이 주도하고 위성은 국가우주개발국에서 관장한다”며 “국방과학원이 발표 주체인 만큼 ICBM 고체연료 엔진 시험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북한은 준중거리 미사일용 고체연료를 개발했지만 아직 ICBM용 고체연료 엔진은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CBM은 비행 거리가 긴 만큼 고출력의 고체연료 엔진이 필요하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보다 순간적이고 지속적인 추진력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더 까다롭다.

이번 시험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이뤄진 것도 ICBM 관련 개연성을 높인다. 평안북도 철산군 일대에 있는 이 발사장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시험장으로도 불린다. 2년 전 북한이 쏜 ICBM ‘화성-15형’을 비롯해 북한의 미사일과 관련한 전략무기 발사시험 대부분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9월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조치로 이들 시설의 영구 폐쇄를 약속한 것에서도 이 발사장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서해위성발사장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이미 미국이 탐지했다. 지난 5일 CNN은 동창리 서해발사장 일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발사장의 엔진시험대에 대형 컨테이너가 놓여 있고, 시험대 부근에서 새로운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