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연구원 주최 국제회의 기조연설…"북한과 대화 경로 열려있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4일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IFANS)가 개최한 '전환기 동북아 질서: 새로운 평화체제의 모색' 국제문제회의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제74차 유엔총회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3대 원칙'을 상기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강 장관의 이런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비핵화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무력사용'의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나왔다.

해당 문구는 사전배포된 발언 자료에는 없는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보도가 나온 이후 간밤에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나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전쟁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3대 원칙을 밝혔다.

강 장관은 최근 잇단 북한 고위 외교 관계자들의 '압박성' 담화 발표와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거론하고 "북한이 현재 위태로운 상황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적어도 대화 경로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분단의 어려움은 북한의 핵개발 때문에 증폭되고 있으나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계속해서 대화와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고, 군사적 방위태세와 준비태세로 뒷받침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 간 공동방위 태세 덕분에 북한과 탄탄한 토대 위에서 대화가 가능해졌다"고 평했다.

또 "한국은 미국 그리고 중국, 일본, 러시아와 협력해 북한이 계속해서 대화를 통한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수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미·중·일·러 협력의 정책적 중요성도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어 미중 간 갈등 양상과 관련, "미중이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동북아의 지형을 복잡하게 만들고, 한국은 그 역학관계의 한복판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수립은 국제사회의 공동목표라고 환기하며 "궁극적으로 미중 양국이 협력적 경쟁(coopetition)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안보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의 '핵심축'(linchpin)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중관계에 대해서도 "북한 관련 도전과제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포함, 중국과의 상호의존적 관계는 모든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동북아 무역갈등과 관련, "한국은 자유무역의 챔피언으로, 우리는 글로벌가치사슬(GVCs)을 소중히 여기며 이를 약화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런 가치사슬은 경영 논리에 의해 움직여야지 외부 고려사항에 의해 훼손돼선 안 된다"면서 "각국 정부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악용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으나, 일본의 경제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어진 회의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북미 비핵화 협상과 미중 간 무역전쟁 등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변화 흐름을 진단하고 한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이 세션 사회·토론자로 참여했다.
강경화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을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