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 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서 여야 간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철회를 요구하는 최후 통첩을 보냈지만,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거부하면서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모든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법’(일명 민식이법) 처리에 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모든 개혁 법안의 본회의 부의가 완료돼 이제 실행만 남았다”며 “오늘 저녁까지 대답을 기다리겠다. 이것이 마지막 제안”이라고 말했다.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 4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의 ‘4+1 공조’로 예산안 및 법안 처리 절차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12월 10일) 전날인 9일을 본회의 표결의 마지노선으로 정했다.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 카드로 패스트트랙 법안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회의원 지역구를 현행 253석에서 25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3석 늘리되(47→50석) 연동률을 40%로 하는 안이다. ‘225(지역구)+75(비례대표), 연동률 50%’의 원안에서 한발 물러난 절충안이다.그러나 한국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법안에 워낙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어 협상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5대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보장하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선 무제한 토론을 하자”고 말했다.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수용하고, 민주당은 공수처 기소권에 제한을 두는 선에서 대타협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한국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
자유한국당 3선인 강석호 의원(사진)이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3일 선언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경선 여부 결정에 앞서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절차부터 밟겠다고 맞받았다. 한국당 차기 원내사령탑 자리를 둘러싼 당내 ‘기싸움’이 표면화하는 모양새다.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이) 협상의 주도권을 갖는 것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손에 얻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무너진 원내 협상력을 복원하겠다”며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야당의 진정한 무기는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협상이어야 한다”며 “저는 원내 협상력 복원의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10일까지다.강 의원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대해서도 여당과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강 의원은 “공수처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든 (여당에)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얻어내야 한다”며 “당내에 이런(협상론) 기류가 많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여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한다면 협상도 없다”고 ‘강경론’을 유지해왔다.강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직후 나 원내대표는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며 4일 의원총회를 예고했다.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일 경우 의총 결정에 따라 국회의원 임기 만료 때까지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강 의원 외에도 4선 유기준 의원, 5선 심재철 의원 등이 경선 출마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나 원내대표 교체 여부를 두고 당내에선 의견이 갈려 있다. 임기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원내 전략을 진두지휘하던 나 원내대표를 도중에 바꾸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본다. 내년 선거운동 때 인지도가 높은 나 원내대표가 당의 간판을 맡는 게 도움이 될 것이란 견해도 적지 않다. 반면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은 현재 교착 상태에 놓여 있는 여야 협상을 뚫어내기 위해서라도 새 원내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 지도부가 원칙론에만 묶여 협상 공간을 좁히고 있다는 불만이다.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을 향해 다시 날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과 관련, 특별감찰반원 출신인 백모 검찰 수사관(48)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특별 감찰 필요성까지 거론하면서 검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검찰’에 총공세를 펼치면서 청와대로 향하는 의혹과 비판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청와대 엄호 나선 여당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회의에서 “검찰이 표적 수사, 선택 수사를 일삼는다”며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막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최근의 수사 진행”이라고 주장했다.법무부에는 특별 감찰을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백 수사관의 휴대폰을 검·경이 함께 포렌식 검증하고, 검찰 수사팀의 강압적 수사가 있었는지 특별 감찰해 규명할 것을 법무부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백 수사관의 죽음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에 따른 극단적 선택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법무부는 수사 과정에서 오랜 악습인 별건 수사, 먼지털기식 수사, 인권 침해 수사를 한 것이 아닌지 감찰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가세했다.민주당은 검찰과 자유한국당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고소·고발된 한국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더딘 상황을 지적하며 “이런 일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지 국민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은 뒷거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민주당이 검찰에 각을 세우는 것은 청와대 소속 인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거듭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검찰에서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개입설까지 흘러 나왔다. 민주당은 검찰이 검찰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의도적인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민주당이 ‘조국 사태’ 때처럼 청와대를 대신해 검찰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도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청와대 말을 믿어줘야 한다”(김종민 의원), “청와대가 시작해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건 사실관계가 다르다”(홍익표 수석대변인)며 일제히 청와대를 엄호했다. 민주당은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검찰 수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보수 야당, 국정조사 요구 ‘맞불’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각종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친문(친문재인) 인사의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연루 의혹 등을 국정조사 대상으로 규정했다.한국당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조요구서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및 이용표 전 경남지방경찰청장 등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 등이 담겼다. 하지면 현재로선 국정조사가 이뤄지는 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재적의원 4분의 1(현 기준 74명) 이상의 조건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가 필요해 여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검찰도 별건·강압수사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백 수사관 유서에 검찰 수사에 따른 울분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당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백 수사관은 올 들어 울산지검에서 한 차례 간단히 조사를 받았지만 가족 관련 수사는 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대검찰청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번주 예정했던 외부 위원회, 내부 임직원 등과의 오·만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평소 아끼던 수사관의 비통한 소식을 접한 상태여서 외부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조미현/안대규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