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을 향해 다시 날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과 관련, 특별감찰반원 출신인 백모 검찰 수사관(48)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특별 감찰 필요성까지 거론하면서 검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검찰’에 총공세를 펼치면서 청와대로 향하는 의혹과 비판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3일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3일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엄호 나선 여당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회의에서 “검찰이 표적 수사, 선택 수사를 일삼는다”며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막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최근의 수사 진행”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에는 특별 감찰을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백 수사관의 휴대폰을 검·경이 함께 포렌식 검증하고, 검찰 수사팀의 강압적 수사가 있었는지 특별 감찰해 규명할 것을 법무부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백 수사관의 죽음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에 따른 극단적 선택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법무부는 수사 과정에서 오랜 악습인 별건 수사, 먼지털기식 수사, 인권 침해 수사를 한 것이 아닌지 감찰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가세했다.

민주당은 검찰과 자유한국당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고소·고발된 한국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더딘 상황을 지적하며 “이런 일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지 국민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은 뒷거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이 검찰에 각을 세우는 것은 청와대 소속 인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거듭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검찰에서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개입설까지 흘러 나왔다. 민주당은 검찰이 검찰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의도적인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조국 사태’ 때처럼 청와대를 대신해 검찰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도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청와대 말을 믿어줘야 한다”(김종민 의원), “청와대가 시작해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건 사실관계가 다르다”(홍익표 수석대변인)며 일제히 청와대를 엄호했다. 민주당은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검찰 수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야당, 국정조사 요구 ‘맞불’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각종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친문(친문재인) 인사의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연루 의혹 등을 국정조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한국당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조요구서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및 이용표 전 경남지방경찰청장 등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 등이 담겼다. 하지면 현재로선 국정조사가 이뤄지는 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재적의원 4분의 1(현 기준 74명) 이상의 조건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가 필요해 여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도 별건·강압수사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백 수사관 유서에 검찰 수사에 따른 울분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당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백 수사관은 올 들어 울산지검에서 한 차례 간단히 조사를 받았지만 가족 관련 수사는 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번주 예정했던 외부 위원회, 내부 임직원 등과의 오·만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평소 아끼던 수사관의 비통한 소식을 접한 상태여서 외부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미현/안대규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