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당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당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연루돼 검찰 출석을 앞둔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검찰 수사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특감반원 출신 서울동부지검 소속 A 수사관은 같은 날 오후 6시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검찰 측은 "출석 일정은 지난주 A 수사관 간 협의 하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25일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 사건을 울산지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기록 검토를 마무리하고 관련자 소환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A 수사관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 형식의 메모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미안하다"고 적혀 있었다.

A 수사관은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질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특감반원에 몸담은 인물로, 특히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민정비서관실 직제에 존재하지 않는 별도의 감찰팀을 편성했다는 '백원우 특감반'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에 내려가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은 이른바 '김기현 비위 첩보' 문건을 최초 입수해 반부패비서관실에 전달한 인물로 이번 의혹의 사실관계를 밝혀낼 핵심 인물이다.

청와대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낙선을 목적으로 경찰을 동원해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가리기 위해선 첩보 문건의 출처를 밝혀내야 한다. 또 백 전 비서관이 최초 첩보를 보완하거나 가공했다면 이는 애초 첩보 생산에 관여한 게 없다는 청와대의 그동안 해명과 전면 배치된다.

검찰은 문건 하달 경로를 거친 경찰 관계자와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을 소환할 전망이다.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첩보는 백 전 비서관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했고, 청와대 파견 경찰을 거쳐 경찰청, 울산지방경찰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이인걸 전 특감반장과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했던 김태우 전 수사관, 버닝썬 사건에서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 총경도 소환 대상으로 거론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일 "지난 6.13 지방선거는 청와대가 경찰력을 동원해 직접 개입한 희대의 정치공작 사건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번 운영위에서도 청와대는 이 사건을 덮기 위해 많은 거짓말을 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청와대가 김기현 시장에 대한 경찰수사 보고를 선거이후에 받았다'고 답변했으나, 검찰은 '경찰이 청와대에 한 보고 9차례 가운데 8차례가 지방선거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심지어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막기 위한 민정수석실 특감반에 별도의 팀, 일명 ‘백원우 팀’이 구성되어 있고, 이 팀 중에 2명이 울산으로 파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팀이 왜 울산에 갔느냐' 질문에 노영민 비서실장은 고래 고기 사건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비판했다.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은 동료 수사관의 사망 소식에 이 원통한 심정을 드러내며 백 전 비서관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前 특감반원 사망에 '靑 하명 수사' 의혹 진상규명 제동…김태우 "백원우 죄받을 것"
김 전 수사관은 2일 새벽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태우TV에 "백원우 니들 죄 받는다"며 "사람이라면 이거 영원히 잊으면 안된다"고 직격했다.

김 전 수사관은 "이 직원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느냐"며 "입술이 터지고 잠도 몇시간 못자더라도 어떻게든 정보 한건이라고 구해서 보고하려고 노력했다. 사람을 도구로 쓰지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백원우 당신은 죽을때까지 이 직원을 기억해야한다"며 "진작에 책임졌으면 이런일 생겼겠느냐. 백원우, ○○○은 이 직원을 잊으면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수사관은 "그는 이번 정부 청와대에서 열심히 일했고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했다"며 "상관과 검찰에서도 인정받았을 것이다. 해병대를 나와서 유독 씩씩하고 성격이 좋았다"고 기억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본 사건은 가족 비리 사건, 권력 비리 사건을 훨씬 뛰어 넘는 매우 엄중한 사건이다"라며 "대한민국 헌법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국민주권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의제인 선거에서 국가최고권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국민주권을 훼손한 범죄혐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