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출판간담회…"선대수령 상대화하며 실용적 성장 추구"
이종석 전 통일장관 "北김정은, 中덩샤오핑처럼 개혁개방 원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처럼 과감한 경제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8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신간 '제재 속의 북한경제, 밀어서 잠금 해제' 출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진단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일은 개방으로 나가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체제가 위험해진다는 생각에 삐걱대다가 주저앉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선대와 생각이 다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 4월 군사 우선의 국가전략 노선을 경제건설 우선으로 전환한 것은 그가 얼마나 경제성장에 강한 의지를 가졌는지 보여준다.

1978년 덩샤오핑이 사회주의 개혁·개방을 선언했을 때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짚었다.

또 김 위원장이 지난달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한 발언을 두고 선대와 '거리 두기'를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선임자는 바로 김정일이다.

아버지를 디스(diss·상대를 낮춰 말함)하는, 북한 내부에서는 굉장히 놀라운 발언"이라며 "교조적인 과거를 아예 부정하지는 않되, 조금씩 선대수령을 상대화하며 실용적인 자기 길을 가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참여하는 목적도 뒤집어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이 제재 때문에 굶주린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킬까 봐 협상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려면 외부에서 자본과 기술을 들여와야 하니 협상에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 기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안포 사격을 하는 상황에서도 개혁·개방을 진지하게 추진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오늘 책 주제와 다른 이야기"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현 상황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던 과거와는 다르다"며 "과거에는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면 휴전선과 NLL에서 충돌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그런 경로 의존성이 끊어졌다.

전체적인 위협 수준이 낮아진 상태"라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분기점에서 우리 정부가 서방의 정책결정자들과 대화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통일장관 "北김정은, 中덩샤오핑처럼 개혁개방 원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