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지역구 225석, 비례 75석)이 27일 0시를 기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1주일간 야당과의 협상에 적극 나설 방침을 밝혔지만,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오른쪽),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가 26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오른쪽),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가 26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앞으로 1주일이 모든 지도자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이라며 “당대표를 포함한 모든 대화 채널을 총동원해 대화와 협상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비공개 회의에서 “선거제도는 꼭 한국당과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1주일 집중 협상’을 제안한 것은 제1 야당의 합의 없이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경우 역풍이 부는 걸 우려해서다.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선거법 개정안은 언제든 상정 및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선거법 개정안으로는 지역구 의석 감소에 반대하는 여야 호남 지역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작지 않다.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호남 지역 의석수는 7석 줄어든다. 이미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호남계 야당은 현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129석)의 이탈표가 없다고 가정해도 정의당(6석)과 친여 성향 무소속(2석) 의석수를 더하면 137석이다. 가결을 위한 절반(148석)을 넘지 못한다. 민주당이 ‘지역구 240석, 비례 60석’ ‘지역구 250석, 비례 50석’ 등 여러 수정안을 마련해 설득에 나선 배경이다. 다음달 3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한꺼번에 처리하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여야 3당은 이날 원내대표 협상을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27일 부의는 불법이며, 그 부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전날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를 찾아 ‘공수처법을 민주당과 타협하고 선거법을 막아내자’고 제안한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둘 다 막을 방법이 없다면 더 중한 선거법을 막자는 취지”라며 “공수처법이야 우리가 집권하면 폐지할 수 있지만, 한번 고친 선거법은 절대 변경이 불가하다”고 했다.

내달 3일 본회의에 공수처법까지 부의되면 여야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사법개혁과 관련한 패스트트랙 법안을 다음달 3일 이후 상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