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본에 책임을 돌리며 지소미아 종료를 주장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한·미동맹 악화 등을 우려하며 종료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지소미아가 한·미 간 동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과도하게 보도하고 추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크게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3년간 운영했지만 사실상 군사정보 교류가 몇 건 되지 않아 지나치게 우려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이 먼저 안보 불신을 이유로 수출 규제를 한 이상, 우리를 불신하는 국가와 군사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모든 원인과 책임은 일본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부가 탄핵당하기 직전에 도입한 것이기 때문에 정통성이 있는 게 아니다”며 “우리 안보에 매우 중요하기는 하나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범보수 야권은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며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사흘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한·미동맹을 위기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소미아를 최종적으로 종료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저버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대통령께 대한민국의 안보 파탄과 한·미동맹의 붕괴를 막기 위해 지소미아 유지를 다시 한번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면서 필요시 긴급 간담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한국당 의원들에게도 “오후 6시 이후부터 국회 인근에서 대기해달라”는 비상대기령이 내려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안보는 일단 저질러보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며 “어떤 정부, 어떤 대통령에게도 그런 무모한 실험을 할 권한은 주어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정권의 자존심을 버리고 국가의 안위를 고민해달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꼭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우리 국민 누구도 문재인 정권에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며 “경제보복에는 경제로 대응하면 될 것을 문 대통령은 안보 자해행위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동맹, 미·일동맹, 그리고 이 두 동맹 위에 구축된 한·미·일 안보공조 체제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온 것”이라며 “지소미아 종료는 이 체제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