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법무부 차관(왼쪽)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개혁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법무부 차관(왼쪽)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개혁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는 검찰청 예산 독립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김오수 법무부 차관에게 당장 직제 개편을 통해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로부터 독립시킬 것을 요구했고, 김 차관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맞섰습니다.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었습니다. 지 의원은 김오수 법무부 차관에게 “(예결위에서) 검찰청 독립 운영을 의결했는데 차관님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답을 좀 내놓으시라”고 주문했습니다. 앞서 예결위는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22일 전체회의에서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에서 분리하는 제도 개선안을 의결했습니다. 검찰을 법무부에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현재 4개 청 중에 예산이 독립편성되지 않는 곳은 검찰청 밖에 없습니다.

김 차관은 지 의원의 질의에 “법무부에서 검찰 예산을 편성한 지 70년이 됐다”며 “70년 동안 운영하던 것을 바꾸려면 별도 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습니다.이어 “그 부분을 포함해 저희하고 국회 예산처(예산정책처)하고 기획재정부와 같이 협의해서 법 개정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필요하면 입법도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포화를 퍼부었습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에서 개선할 것이라고 했으면 개선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습니다. 김 차관은 “바로 개선할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이 의원이 다시 “직제만 바꿔도 된다”고 하자 김 차관은 “직제만으로는 어렵다는 게 검토 의견”이라고 맞섰습니다. 한국당 소속인 김재원 예결위원장도 “다시 한 번 묻는데 정부조직법 개정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김 차관이 “법에 분명한 규정을 두고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답하자 김 위원장은 “결산에서 제도개선 사항으로 명백하게 얘기했는데 관례 때문에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습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도를 개선해서 하겠다는 것이지 않느냐”며 김 차관을 거들고 나섰지만 이현재 한국당 의원은 “정부에서 여러 가지 시간을 가지려고(끌려고) 해서 문제”며 김 차관을 계속 질타했습니다. 이 때문에 법무부 예산심사가 잠시 정회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법무부가 25일까지 검찰청 예산 독립과 관련한 추진 계획을 제출하기로 약속하고 다음 사안으로 논의가 넘어갔습니다.

법무부는 검찰이 기소·공소 유지 등 업무를 하는 준(準)사법기관에 해당하기 때문에 예산 독립이 불가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검찰이 국회를 수사할 수도 있는 마당에, 예산 심사 때문에 국회에 나오면 수사와의 관련성 우려가 불거진다는 논리였습니다. 혹시라도 검찰청 예산 독립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이런 입장이 반영돼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현직 법무부 장관까지 수사를 했던 마당에 법무부의 예산 통제를 받는 것도 역시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이후 피의사실 공표금지, 포토라인 폐지, 공개소환 금지, 직접수사부서 축소 등 수많은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여당은 이에 더해 검사 등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 설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법무·검찰 개혁위원회는 지난 18일 대검찰청 등 각 검찰청이 감사원의 정기감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검찰이 정부 권력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으려면 예산 등 물적 독립이 필수”라며 “이미 수많은 검찰 견제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와중에 법무부가 혹시라도 예산권에 집착한다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