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하던 중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하던 중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현역 의원의 3분의 1 이상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당내외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인적쇄신 요구에 한국당이 ‘물갈이 의지’를 내보인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당, 현역 33% 컷오프 추진

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을 맡은 박맹우 사무총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0 시대정신과 국민의 여망, 많은 국민들이 쇄신과 혁신을 바라는 것에 부응하기 위해 21대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 절반을 교체하는 개혁공천을 하겠다”며 “교체율을 높이기 위해 현역 의원 3분의 1 이상 컷오프(공천 배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출마 의사가 있는 현역 의원 중 3분의 1을 쳐내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과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절반 이상을 새 인물로 공천하겠다는 뜻이다. 이전까지 가장 높았던 한국당 컷오프 비율은 19대 총선의 25%였다. 19대 총선 당시 한국당은 현역 의원의 41.7%를 교체했다.

현역 의원 33%를 컷오프하면 현재 한국당 지역구 의원 91명 가운데 30명이 공천을 받지 못한다. 비례대표 17석을 포함하면 총 47석이 교체된다. 국민들에게 확실한 인적쇄신을 보여주려면 적어도 50% 수준의 물갈이는 불가피하다는 당 안팎의 인식이 반영된 공천 원칙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한국당의 물갈이 폭은 36% 수준에 불과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오늘은 큰 차원의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며 “누가 봐도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수긍할 만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신중하고 또 신속하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33% 컷오프를 결정할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의원별로 점수를 매기겠다는 계획이다. 의원별 점수는 여론조사 지지율과 당 기여도, 본회의·상임위·의원총회 참석률, 당무감사 결과, 의정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계량화해 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교체율이 높았던 때 당이 의석수를 가장 많이 가져갔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도 나오는 걸 감안할 때 교체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이 ‘변수’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전날 단식 농성에 돌입하면서 일성으로 ‘쇄신의 칼’을 언급한 만큼 총선기획단의 총선룰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단식 투쟁 현장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식을 하면서도) 혁신의 노력은 계속해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황 대표가 단식이라는 벼랑 끝 배수진을 친 것도 ‘단식 카드’로 인적 쇄신 작업에 수반되는 당내 반발을 누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박 사무총장은 공천 원칙 발표 시점과 황 대표의 단식 돌입 시점이 연관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당내외에선 황 대표를 향해 쇄신책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신보라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당을 쇄신하라는 명령을 받들기 위해 부여든 칼을 들겠다는 황 대표의 선언을 잊지 않고 있다”며 “시리고 아프더라도 인적 쇄신의 길을 반드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 초년병인 황 대표가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이겨낼 수 있을지에 관해선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한 중진의원은 “단식은 끝이 있는 만큼 그 이후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당장은 단식에 나선 만큼 반발하기 어렵지만 단식이 끝나면 현역 의원들의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진복 의원은 이에 대해 “승복할 수 있는 교체를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공천에서 탈락하는 사람들도 보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