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상임위장들 관저로 불러 '방위비 압박'…해리스 주한 美대사 '외교 결례' 논란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19일 잠정 중단된 가운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사진)가 최근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 등 관련 상임위원장들을 대사관저로 초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분담금 인상 압박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거부하겠다”고 반발했다.

정보위원장을 맡은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해리스 대사가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를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tbs교통방송에 출연해 지난 7일 대사관저 초청을 통해 해리스 대사와 만난 상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방위비 얘기를 꺼낼 줄 몰라서 (당시에) 당황했다”며 “인사를 하는 자리로 알고 가볍게 갔는데 서론도 없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달러를 내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 의원이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무리하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화제 전환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위비 분담금 이야기를 거듭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 대사는 이 의원 면담에 앞서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종구 한국당 의원도 대사관저로 초청했다. 이날 자리는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방위비 협상대표와 키스 클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 등 세 명의 리셉션 행사로 마련됐다.

한 외교 소식통은 “관저 초청이라는 형식이었지만 해리스 대사가 국회 상임위원장들을 부른 건 결국 방위비 분담금 증액안의 국회 비준에 힘써달라는 뜻 아니겠냐”며 “카운터파트인 외교부 직원도 아니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에 대해선 단호히 국회 비준 동의를 거부할 것”이라며 “납득할 수 없는 무리한 분담금 인상 요구는 한·미 동맹의 정신과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한 성명에는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의원과 국방위 소속 김진표·최재성·홍영표·도종환·민홍철·김병기 의원 등이 서명했다. SMA는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를 방위비 분담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