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좀비 정당 비하했는데
총선서 역할 하는 건 코미디"

김세연 "공천 관련 여론조사 등
마지막 날까지 최선 다할 것"
김세연 의원(3선·부산 금정)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이 촉발한 자유한국당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우택 의원(4선·충북 청주상당) 등 일부 의원은 19일 ‘당 해체론’을 주장한 김 의원을 향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원장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원외 인사까지 당 쇄신과 물갈이를 촉구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제 대한민국도 우주시대를 열자’ 세미나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제 대한민국도 우주시대를 열자’ 세미나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계 “김세연, 여연 원장 내려와라”

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총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여연 원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코미디”라며 “본인 스스로 (원장직을) 내려놓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비박(비박근혜)계 소장파로 꼽히는 김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남은 6개월 임기 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여연 원장으로 의정 활동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곽상도 의원(초선·대구 중남)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이 당 해체 이야기를 해놓고 여연 원장을 계속하겠다고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날 여연 원장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어떤 직에 연연하진 않지만, 타이타닉호에서 마지막까지 탈출하지 못하는 승객들을 위해 연주를 한 악단같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친박(친박근혜)계와 영남권 의원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 내용에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영남권 의원은 “김 의원 본인은 여연 원장을 하면서 뭘 그렇게 잘했길래 당 지도부 퇴진까지 요구하느냐”며 “자존심이 상했다는 당내 의원이 많다”고 전했다. 정 의원도 “김 의원의 아버님(김진재 전 의원) 역시 5선 의원을 했고, 본인도 3선을 한 당을 ‘좀비 정당’이라고 표현한 건 과했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반면 비박계와 수도권 의원 사이에선 김 의원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3선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이 일부 과한 것은 있지만 그 인식 자체는 국민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확산되는 쇄신론에 당 지도부는 ‘침묵’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한국당 내에선 인적 쇄신과 당 지도부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 출마를 선언한 오 전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도 모자랄 판에 유에서 무를 만드는 정당, 기회를 위기로 만드는 정당”이라며 당 지도부를 정면 비판했다. 2004년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내 ‘불출마 도미노’를 일으켰던 오 전 시장은 김 의원 불출마를 두고 “전도양양한 젊은 정치인의 자기희생으로 한국당에 기회가 왔다”며 “이 좋은 소재를 발화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수성갑 출마를 저울질하던 김 전 위원장도 이날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한국당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부터 인적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 지역을 맡고 있는 분들이 자기희생의 결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당내 쇄신 목소리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서울 홍익대 앞에서 열린 청년 정책 비전 발표 자리에 나와 “자녀 등 친인척의 채용·입시 비리가 밝혀지면 당 공천에서 완전히 배제할 뿐 아니라 아예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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