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세미나
"北 금강산 철거요구, 단절 의도 아냐…업그레이드 기회 삼아야"
북한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요구가 경제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12일 종로구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가 개최한 세미나 '금강산 관광에 대한 재고찰과 해법 모색'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과거 통일부에 재직하며 금강산관광 사업에 직접 관여했던 이 변호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발언이 시설물 철거 이후 사업 종료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기존 시설을 철거하면서 '업그레이드'하라는 개념의 지시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따라서 북측과 실무 협의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1년 10월 3∼5일 진행됐던 제1차 금강산 당국회담 경험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해로(海路) 관광으로 첫발을 뗐지만,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와 현대아산의 재정난으로 3년 만인 2001년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이 변호사는 "당시 금강산 관광 계약에 따르면 현대 측이 관광객 수에 상관없이 매달 1천200만∼2천500만불을 북측에 송금하는 구조였다"며 "수익성이 맞지 않아 관광 대가를 제대로 못 보내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북한이 관광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당시 상당히 큰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 당시 나타났던 창의적 해법이 육로(陸路) 관광"이라며 "우리 정부가 육로 관광을 해 관광객 1인당 북측에 100불 수준을 지불하도록 조정하자는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도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몹시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육로 관광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또 "그러면서 현대가 북한에 지급하는 관광 대가 부담도 낮아졌다.

당시 정부는 관광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해 지원했고, 학생들의 (금강산) 수학여행 지원 프로그램도 했었다"며 "당시 상황을 잘 보면 창의적 해법과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인 해법으로는 법적 효력이 있는 논의 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개성공단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라는 체제가 있어서 남북 당국이 지원하는 시스템이지만, 금강산은 그런 시스템이 없다.

민간 기업인 현대아산이 맨 앞에 있다보니 북측과 협상력에서 열세에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이 참여하는 관리위원회 체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민간기업 재산권 보호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철거에 나서면 기존 시설물은 붕괴되지만 그로 인해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도 단순히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리모델링'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아산의 현재 사업 능력은 금강산 관광을 시작할 때와 차이가 있다.

당시는 고(故) 정주영 회장이 '자동차 100대 보내, 중장비 100대 보내' 하면 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해외 지분도 많고 소액주주들이 반대할 수도 있다"며 "금강산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지원 등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 정부가 북측 철거 통보에 그대로 응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거듭 말하면서 "정부는 남북한 투자보장합의서 체결의 주체인 만큼, 우리 기업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거들었다.
"北 금강산 철거요구, 단절 의도 아냐…업그레이드 기회 삼아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