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선을 비롯한 개각에 대해 언급하면서 교체 규모와 구체적인 대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실장은 “공석인 법무부 장관 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조국 후유증’으로 많은 후보자가 제의를 고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청와대 수석 사이에서는 가벼운 설전 중에 “자꾸 그런 식으로 하면 장관 후보자 명단에 포함시키겠다”는 자조적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청문회 포비아’가 심각한 수준이다.

노 실장은 총선 출마자와 관련해선 “당에서 요구하고 본인이 동의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놔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국무위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현역 지역구 의원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도다.

이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내년 총선에서 전국을 순회하는 ‘간판’ 역할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 이 총리 본인도 당이 필요로 하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총리는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12월 중순께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다만 후임자를 발굴하는 게 여의치 않다는 점이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다. 그럼에도 여권 내에서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후보자로 꼽히는 이 총리가 총선 역할을 위해 연내에 당으로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대세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의 거취는 유동적이다. 특히 유 부총리는 문 대통령이 교육의 내재적 불공정 해소를 위한 대학 입시개편을 화두로 제시한 이후 잔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대입개편 등 국민적 관심사인 교육 현안에 집중해야 하는 교육부 장관을 이 시점에 교체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 부총리도 말을 아끼고 있다.

김 장관은 지속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여당에서는 여전히 잔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광역교통망인 GTX-D 발표 등을 통해 3기 신도시 발표로 악화된 지역구(경기 고양) 민심 다독이기에 나서는 등 강한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후임자를 찾는 문제도 쉽지 않고, 여러 여건상 ‘반반’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총선 이전까지 개각은 후임 법무부 장관 인사와 국무총리 교체 수준의 소폭이 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인사청문회 변수를 피하려는 여당 분위기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할 때마다 당 지지율이 널뛰기를 해 여당도 개각에 따른 부담이 크다”며 “내년 1월 임시국회 이후에는 사실상 청문회를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없어 개각을 크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