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10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이 모친상 조문의 답례로 여야 대표를 초청해 이뤄진 이날 만찬은 오후 6시에 시작해 2시간50분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초청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만찬은 돼지갈비 구이에 막걸리를 곁들여 2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왼쪽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오른쪽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초청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만찬은 돼지갈비 구이에 막걸리를 곁들여 2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왼쪽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오른쪽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 “한국당 민부론 책자 보내달라”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은 지난 7월 18일 이후 115일 만이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사적 공간인 관저에서 이뤄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배석자 없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만 자리했다.

보수 야당 대표들은 경제와 외교·안보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황 대표는 위기에 빠진 경제와 안보 분야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발간한 경제·외교정책 대안인 ‘민부론’과 ‘민평론’도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두 책자를 보내달라”고 말했다고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심 대표가 “노동 존중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자 문 대통령은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 같은 것은 좀 노동계에서도 수용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경제를 염려하는 것은 (여야가) 공통된 것이니 경제 관련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주시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남북한 문제를 둘러싸고는 한 시간 넘게 논의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남북 관계 경색과 관련, “북·미 회담이 진행되면서 미국이 보조를 맞춰달라고 하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북·미 대화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 침탈과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선거법 두고 고성 오가기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선거제 개혁안을 놓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황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선거제 개혁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대표는 “한국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한국당이 협의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황 대표가 유감을 표하자 손 대표가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황 대표가 “그렇게라니요”라고 받아치면서 다시 언성이 높아졌고, 문 대통령은 양손을 들어 말리는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가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며 “국회가 협의해 처리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뜨거운 논쟁과 토론이 진행됐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오랜만에 싸울 만한 것을 가지고 싸웠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가 ‘분권형 개헌’ 주제를 꺼내자 문 대통령은 “개헌안을 냈다가 무색해진 일이 있기에 뭐라 말하기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서 총선 이후에 쟁점이 된다면 민의를 따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여·야·정 협의체 복원될까

공교롭게도 이날은 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돈 첫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하며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황 대표는 “원내에서 긍정적으로 협의해 보겠다”고 했고, 다른 당 대표들도 공감을 표시했다.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8월 구성에 합의한 기구다. 애초 분기당 1회 개최가 목표였지만 지난해 11월 첫 회의가 열린 뒤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이고, 숙소인 관저로 부른 것은 처음이다. 모친상에 조문 온 여야 대표들에게 개인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뜻에서 예우를 갖췄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날 만찬 메뉴에는 돼지갈비 구이가 포함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해 소비를 장려하자는 뜻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반주로는 전북 정읍 지역의 송명섭 막걸리와 경기 평택 지역 토속주 ‘천비향’이 나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