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만찬을 하고 있다. 이날 만찬은 문 대통령이 모친상에 조문을 온 여야 대표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만찬을 하고 있다. 이날 만찬은 문 대통령이 모친상에 조문을 온 여야 대표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의 청와대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이 모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 성격으로 마련한 자리인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각별하게 사의를 전하고기 위해 숙소인 관저에서 만찬을 대접했고 여야 5당 대표는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회동한 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던 지난 7월 18일 이후 115일 만이다.

청와대는 만찬에 약주와 함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추천한 막걸리 등 두 종류의 술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해 돼지고기 소비를 장려하자는 의미로 돼지갈비 구이가 만찬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은 막걸리를 3∼4병 나눠 마시며 각종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았다. 모친상 조문 답례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인 만큼 현안 논의에 앞서 여야 대표들은 문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위로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께서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셨다"며 이제 고인이 된 모친에 대한 기억을 풀어놨다. 부모님의 고향인 흥남에 관해서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 과정에서 부모님이 황해도 출신이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남북관계, 한일관계 등 외교·안보 현안, 민생·경제 현안 등을 주제로 폭넓게 대화를 나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 개혁안 처리 문제를 이야기할 때에는 대표들간 고성이 오가고 문 대통령이 이를 말리는 상황도 벌어졌다. 황 대표가 이의를 제기하자 나머지 여야 4당 대표들은 이를 반박했다. 황 대표가 거듭 유감을 표명하자 손 대표가 "정치를 그렇게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황 대표가 "그렇게라뇨"라고 말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결국 문 대통령은 양손을 들어 두 대표를 말리는 제스쳐를 취했고 분위기는 다시 차분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이 문제를 협의해서 처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면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간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가 있지만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해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선거 개혁 방향과 관련해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때 여야 원내대표들이 왔을 때도 비례성·대표성 강화는 합의된 사안"이라며 "개헌안을 만들 때도 분명히 개헌안에 이를 반영도 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재개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복원해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자"고 제안하자 야당 대표들도 긍정적으로 호응했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8월 구성에 합의한 기구다. 당초 분기당 1회 개최가 목표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첫 회의가 열린 뒤 아직 재개되지 않은 상태다.

문 대통령은 '북미회담이 어긋나면 국면이 빠르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금강산관광 문제의 경우도 제재를 우회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개 입장을 발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심 대표의 지적에 "북미회담이 아예 결렬됐다면 조치를 했을 텐데 북미회담이 진행되며 미국이 보조를 맞춰달라고 하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북미대화도 시간이 많지 않단 것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노동문제에 대해선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 같은 건 좀 노동계에서도 수용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 문제와 관련해 "개헌안을 냈다가 무색해진 일이 있기에 뭐라 말하기는 무엇하다"며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서 그것이 총선 이후에 쟁점이 된다면 민의를 따르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일본 문제에 대해선 "일본의 경제침탈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지소미아 문제는 원칙적인 것이 아니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경제 관련 법안 처리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를 염려하시는 것은 공통된 것이니 경제 관련 법안을 신속히 해주시라"는 취지로 당부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회동은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오가면서 당초 예상했던 두 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6시부터 8시55분까지 2시간55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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