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사업 끼워넣기' 속출

17개 상임위 중 8곳 심사 완료
농해수위 3조4374억 최다 증액
국토교통위는 2조3192억 늘려
국회 상임위원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예비심사 과정에서 줄줄이 증액하고 있다.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겨 ‘초슈퍼’ 규모로 편성된 예산안에 현재까지만 총 8조여원을 더 얹었다. 의원들이 지역 선심성 사업을 경쟁적으로 끼워넣은 결과다. 자유한국당은 “내년도 예산을 약 15조원 감액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묻지마 증액’에 들어가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의 ‘칼질’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초슈퍼예산' 비판하더니…상임위서 8조 증액한 국회

10일 국회 예결위에 제출된 8개 상임위 예산안 예비심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기획재정위원회를 제외한 7개 상임위에서 지출 요구액이 정부안보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위원회가 2조3192억원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3조4374억원을 늘리는 등 8개 상임위가 요구한 지출 증감액 총 합계는 8조2858억원에 달한다.

내역별로 살펴보면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증액이 두드러졌다. 대부분 상임위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예산이다. 국토위는 심사 과정에서 안성~구리 고속도로 사업 관련 예산으로 3062억5700만원을 증액했다. 이천~오산 구간의 도로 공사엔 1765억원을, 함양~울산 고속도로 공사엔 720억원을 늘렸다.

예비타당성조사나 기초설계에 필요한 비용만 소액으로 편성했다가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예산을 확보하는 식의 ‘문지방 예산’도 등장했다. 국토위는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실용화를 위한 연구개발 사업에 2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SOC 사업의 경우 일단 시작하고 나면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활용한 방법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위원회는 산업단지 관련 예산을 무더기로 늘렸다. 경북 구미 스마트 산단 관련 사업에 156억원을 추가로 반영했고, 울산 산단 통합관리센터 착공을 위해 36억원을 증액했다. 농해수위는 유기농산업 서비스 신규 단지 세 곳(전북 순창, 충북 괴산, 경기 광주)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비 15억원을 추가 반영했다.

17개 상임위 중 나머지 9개 상임위도 이번주 심사를 마치고 예산안을 예결위로 넘길 예정이다. 모든 상임위가 예비심사를 마치고 예결위에 넘길 예산안 증액 규모(정부안 대비)는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예산 심사에서는 17개 상임위 중 기재위를 제외한 16개 상임위가 지출 요구액을 정부안보다 늘렸다. 통상 상임위에서 지역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예산 부풀리기에 나서면 예결위에서 ‘주고받기식’으로 심사가 이뤄진다. 예결위는 11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어 정부 예산안 조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513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예산을 500조원 아래로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순삭감 목표액을 14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며 “태양광사업 지원 등 좌파세력 혈세 나눠 먹기용 예산,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대북 굴욕 예산, 가짜 일자리 예산과 총선 매표용 현금 살포 예산 등 3대 분야 사업을 철저하게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증액되면서 한국당의 삭감 방침이 ‘공언’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올해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쪽지 예산’(국회의원의 개인적인 민원 예산)이 대거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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