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앉혀놓고…문 대통령 "전관특혜 뿌리 뽑겠다"
시선 회피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 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과 만난 것은 지난 7월 임명장 수여식 뒤 처음이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시선 회피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 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과 만난 것은 지난 7월 임명장 수여식 뒤 처음이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전관특혜 근절과 사교육 시장 불공정성 해소, 채용 공정성 확립 등 강력한 개혁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반(反)부패 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며 “반부패 개혁과 공정사회는 우리 정부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위법 행위 엄단은 물론 합법적 제도의 틀 안에서라도 편법과 꼼수, 특권과 불공정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전관특혜를 “힘 있고 재력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돼 국민에게 고통과 피해를 안겨준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한 뒤 “공정한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법무부에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전반에 공정의 가치를 뿌리내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각오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회의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등 반부패 관련 기관장과 관계장관 등 33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지난달 3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의 모친상으로 연기됐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지난달 3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의 모친상으로 연기됐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조국 前 장관 딸 특혜 의혹 등에 분노한 젊은 층 달래려
"부정입시·불법채용 뿌리 뽑겠다"


문 대통령 "윤석열 아닌 누가 검찰총장 돼도 흔들리지 않는 反부패 시스템 정착시킬 것"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사태’ 이후 검찰을 포함한 공정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 특혜 의혹 등으로 분노한 젊은 층을 달래기 위해 입시컨설팅학원 전수조사 등 부정 입시·불법 채용을 뿌리 뽑기 위한 대책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첫 번째 논의 안건으로 전관 특혜를 다루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는 말로 검찰을 겨냥했다. 특히 “퇴직 공직자들이 과거 소속됐던 기관과 유착해 수사, 재판, 민원 해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전관 특혜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불공정 영역”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고, TF팀장에 법무부 최초 비(非)검찰 출신 법무실장인 이용구 실장을 임명했다. ‘검찰과 변호사의 사적관계’까지 살펴 검사 출신들의 전관 특혜를 막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전관 특혜를 ‘힘 있고 재력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규정하는 등 단호한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윤 총장 등 부패방지 관련 기관장과 관계 장관에게 “전관 특혜를 공정과 정의에 위배되는 반사회적 행위로 인식하고, 이를 확실히 척결하는 것을 정부의 소명으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상당 수준 이뤘다고 판단한다”며 “이제 국민이 요구하는 그다음 단계 개혁에도 부응해달라”고 덧붙였다. 국회에 가로막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처리해달라는 요구를 전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권력 기관 개혁은 이제 마지막 관문인 법제화 단계가 남았다”며 “공수처 신설 등 입법이 완료되면 다시는 국정농단과 같은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고 국민이 주인인 정의로운 나라로 한발 더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에게 직접 지시하진 않았지만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 총장이 아니라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마련해 정착시키는 것”이라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인권, 민주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정착시키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이름을 거명한 데 대해 “대통령 말씀 중에 (윤 총장) 이름이 거론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단순히 제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넘어 윤 총장과 지금의 검찰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총장은 이날 문 대통령이 다가가자 깍듯하게 허리를 두 번 굽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분이 별도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퇴직 공직자가 전관을 통한 유착으로 민생과 안전은 물론 국가 안보에 직결된 분야까지 민생을 침해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며 공직자의 취업제한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제한 규정을 식품 등 국민안전·방위산업·사학부문 전체로 확대하고 퇴직 후 2~3년을 집중관리 시기로 설정해 세무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입시학원 등 사교육 시장의 불법과 불공정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는 청소년을 좌절시키는 입시 부정을 막기 위해 경찰청, 국세청과 함께 이달부터 전국 입시컨설팅학원을 현장 점검한다. ‘공정 채용’과 관련한 대책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당사자인 취업준비생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여길 때까지 채용제도를 끊임없이 보완하고 개선해달라”고 말했다.

박재원/이인혁 기자 wonderfu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