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와 13개월 만에 직접 소통…'한일 관계 반전 계기' 평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한·메콩 정상회의 성공 포석 마련
한반도 평화 지지 재확인…RCEP 협정문 타결 등 경제외교 성과도
文대통령, 日아베 대화의지 확인…부산 아세안 정상회의 '붐업'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차 지난 3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태국 방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5일 귀국길에 오른다.

9월 공식방문에 이어 두 달만에 이뤄진 이번 태국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필요한 아세안 국가의 관심과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취임 2년 반 만에 아세안 10개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이번 태국 방문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콕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탓에 양국 정상이 회담할 가능성이 작게 점쳐졌으나 문 대통령은 정상회의장에서 만난 아베 총리와 마주 앉아 13개월 만에 직접 소통에 나서서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낳게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아세안 국가 정상들에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고 비핵화 대화 진전을 위한 동력을 마련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文대통령, 日아베 대화의지 확인…부산 아세안 정상회의 '붐업'
◇ 관계개선 필요성 공감대 이룬 한일정상…한일 관계 반전 주목
문 대통령은 4일 아세안+3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상 대기장에서 만난 아베 총리에게 즉석에서 대화를 제안해 11분간 단독으로 환담했다.

이는 양국 정상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및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동시에 양국 현안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같은 날 현지 브리핑에서 "양 정상 간 오랜만의 만남이 대화를 통한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며 "그 과정에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좀처럼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한일 정상이 '약식회담'에 가까운 대화를 나눔으로써 이제 관심은 이번 태국 방문을 계기로 향후 한일관계가 반전할 모멘텀이 마련될지에 쏠린다.

한일 정상은 단순히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을 넘어서 더욱 강력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줬다.

문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더욱 고위급의 협의를 갖는 방안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하자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한 것이다.

이는 현재 가동 중인 외교국장급 채널을 격상해 차관급 협의는 물론 그보다 더 높은 단계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양국이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두 정상이 직접 만나 문제 해결의 필요성과 방식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만큼 양국이 종료 시한을 19일 앞둔 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비롯해 보복성 수출규제 문제의 해결방안을 전향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다음 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식으로 정상회담을 한다면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속되는 대화에도 양측이 고수해 온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 갈등이 더욱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단독 환담에서 한국 측에 한일청구권협정을 준수해 양국 관계를 건전한 상태로 되돌릴 계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며 일본의 기본적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文대통령, 日아베 대화의지 확인…부산 아세안 정상회의 '붐업'
◇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공 개최 당부…한반도 비핵화 지지도 다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3일 현지 브리핑에서 "11월은 '한·아세안의 달'"이라며 "이번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는 사실상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신남방정책의 확장·심화를 위한 중요한 무대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 기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두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한 아세안 국가 정상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을 요청했다.

아울러 우리가 강점을 가진 수소경제와 미래차, 스마트시티 등 분야에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약속하며 한·아세안 상생 의지를 역설했다.

이번 태국 방문에서 상당수가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관계를 맺고 있는 아세안 국가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고 이를 재확인한 것도 성과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4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위에서 대륙·해양의 장점을 잇는 교량국가로 동북아와 아세안 평화·번영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해 아세안 국가 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오브라이언 보좌관에게 인내심을 갖고 북한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과 함께 청와대와 백악관 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협정문 타결을 선언한 데 동참함으로써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