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정보원장(가운데)이 4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부터 최용환 국정원 1차장, 서 원장, 김상균 2차장.  /연합뉴스
서훈 국가정보원장(가운데)이 4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부터 최용환 국정원 1차장, 서 원장, 김상균 2차장.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미사일 액체연료의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해 기습 능력을 더욱 키웠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쓰이는 이동식 발사대(TEL)에 대해선 “발사는 가능하지만 최근엔 미사일 운반 수단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국감 중간브리핑에서 “국정원이 ‘액체연료 미사일의 경우 연료 주입 시간이 길고 은밀한 발사가 어려운데 북한이 이를 많이 개량했다’고 보고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또 “서훈 국정원장은 북한이 이런 무기들(초대형 방사포, 미사일 등)을 동시다발로 배합해 공격할 땐 우리 군의 요격·방어 능력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감엔 서 원장과 1~3차장 이외에 국정원 1·2급 부서장 전원이 기관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8월 24일과 5월 10일 발사한 발사체와 동일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고했다. 야당 간사인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북한 미사일이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가고 있는데, 미사일 발사에서 고체연료의 경우 사전 준비가 없어 우리나라에서 (연료 준비를) 인식하기가 어렵다”며 “고체연료가 되면 매우 위협적인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의 ICBM용 이동식 발사대에 대해 “과거엔 이동식 발사대로 ICBM을 발사한 적이 있지만 최근엔 그 이동식 발사대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그것을 미사일 옮기는 데만 쓰고, 발사 시점에선 거치대를 쓴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서 원장은 ‘국방정보본부에서 북한이 ICBM을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할 능력을 갖췄다’고 밝힌 건 평가고, 국정원이 설명하는 건 팩트’라 말했으며 둘은 모순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ICBM은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정 실장이 ICBM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정정할 기회 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태국 방문) 출장을 급히 가야 하는 상황을 매우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김정은의 연내 중국 방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미·북 실무회담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예상되는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이 중국과 협의할 필요성이 있고,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전 방중한 전례를 볼 때 연내 방중 가능성이 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한국 답방 여부에 대해선 “아직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원 국감에선 미·북 비핵화 실무회담 재개 시기를 설명하던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북 정상회담을 12월로 정했다”는 낭설이 나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 간사 브리핑에서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시기를 12월로 정해 놓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간사 브리핑 뒤 이 위원장은 “12월 미·북 정상회담은 국정원의 합리적 추측일 뿐”이라며 “서 원장은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올해 말’이란 시한을 연내 미·북 정상회담을 목표로 잡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고 선을 그었다”고 설명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