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의, 북미대화 교착 속 남북 정상 간 최소한의 신뢰 확인
'촉진역' 동력 기대…비핵화 대화·'금강산 문제' 해법 마련 주목
'金, 최소한의 도리 한 것' 분석도…靑 "다른 사안과 연관 짓는 것 무리"
남북정상 4달만에 소통…'조문외교', 한반도교착 풀 실마리 되나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을 계기로 남북 정상이 소통하면서 교착 상태인 남북·북미 관계를 풀 실마리가 마련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의 별세에 조의문을 보내왔다고 청와대가 31일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30일 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달해왔다"며 "김 위원장은 강 여사 별세에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문 대통령께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소통한 것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회동 후 넉 달 만이다.

그 사이 남북 관계는 남자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의 '무중계·무관중' 평양 원정, 김 위원장의 금강산 관광 남측시설 철거 지시 등으로 경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위원장의 조의문은 이런 평가와는 별개로 남북 정상이 최소한의 신뢰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조의문이 그간 꽉 막혀온 남북 관계를 풀어갈 단초가 되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북한이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한미연합훈련 등을 문제 삼을 때도 청와대는 정상 간 신뢰를 토대로 한 '톱다운' 방식으로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신뢰를 재확인한 것은 금강산 관광 문제 해결 등을 포함해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와 마찬가지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는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킬 동력을 마련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하노이 노딜' 후 7개월여만에 이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구체적 해법을 둘러싼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다.

여기에 북한이 미국에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올 것을 압박하면서 문 대통령의 '촉진자역'이 위기를 맞은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통미봉남(通美封南)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등 비핵화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에 남북 정상 간 신뢰를 다시금 확인한 것을 전환점으로 삼아 문 대통령이 북미 간 거리를 좁히는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더욱이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양자 회담 가능성을 타진하며 '한반도 평화 외교' 무대로 기대되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국인 칠레 내부의 사정으로 취소된 상황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의 조의는 '촉진역'에 힘을 싣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전날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통해 위로전을 건넴으로써 또 다른 갈등 현안인 한일 관계를 풀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아베 총리가 표시한 조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두 정상이 문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한 것일 뿐 그 안에 담긴 정치적·외교적 메시지를 읽어내려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조의문을 금강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북측의 전향적 의사로 해석하는가'라는 물음에 "그것을 다른 사안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