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떼낸 '반부패수사청' 및 '기소권 없는 공수처' 거론
與 "반부패수사청, 공수처와 다른 얘기…'기소권 없는 공수처' 못받아"
한국당·바른미래 "수사·기소권 분리로 檢 개혁" 의견접근
여야가 한 달간 협상 시간을 번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수사·기소권 분리'를 핵심으로 큰 틀의 의견 접근을 이뤘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권성동 의원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전날 만나 각자 마련한 검찰개혁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이들과 검찰개혁안 실무협상을 하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도 함께 있었다.

권성동 의원은 이 자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대신 고위공직자 등의 부패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반부패수사청' 설치를 제시했다.

부패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권한·기능을 대폭 경찰로 넘기고, 검찰은 영장청구권과 기소권만 갖는 것이다.

대신 경찰 조직·권한의 비대화를 막고 수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반부패수사청을 떼어내자는 게 권 의원의 제안이다.

권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궁극적으로는 경찰이 영장청구권도 갖는 게 맞지만, 이는 헌법 개정 사안이라 당장은 어렵다"며 "기소와 수사통제가 검찰의 근본적 기능인 만큼 검찰은 이 기능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의 명칭은 '공수처'가 아닌 '반부패수사청'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공수처를 설치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주자는 민주당 안은 제2 검찰청을 '대통령 직속부대'로 만드는 것이므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이 잘못하면 특별대법원을 만들어야 하느냐. 복지부가 잘못한다고 해서 복층복지부를 만들면 업무가 잘 되느냐"며 "검찰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보완하는 건 필요하지만, 새로운 수사기관(공수처)을 만드는 건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수정안이면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협상 여지는 있다는 입장이다.

권은희 의원이 내놓은 수정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되, 수사권을 제2의 검찰조직인 공수처가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수처는 헌법상 영장청구권을 가진 검사들이 근무하되, 형사소송법상 기소권은 기존의 검찰에만 두는 방식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영장청구를 포함한 강제수사권을 공수처가 갖고 검찰을 압수수색하든지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큰 압박이 될 것"이라며 "기소 의견으로 공수처가 송치했는데,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부패범죄에서 진일보한 사회로 나가는 것에 국회가 합의하는 게 중요하지, 꼭 자기들이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적인 생각만 고집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을 견제할 강력한 조직으로 수사·기소권을 모두 쥔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사법 특권 해체를 위해 공수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사법 특권을 해체할 수 있는 조직은 공수처"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 기회에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전관예우를 통한 사법 특권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며 "그 핵심은 검찰 특권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고 그 핵심은 공수처"라고 밝혔다.

송기헌 의원은 통화에서 "권성동 의원이 말하는 반부패수사청은 특별수사경찰을 만든다는 것이지 공수처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권은희 의원의 수정안에 대해서도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민주당에서 받을 수 없는 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는 12월 3일 검찰개혁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예고한 상태다.

정치권에선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의 처리 여하에 따라 검찰개혁 법안의 향방도 정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