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의 키워드는 ‘공정’이었다. 무려 27번이나 언급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공정’을 앞세워 검찰 개혁의 필요성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당위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 '공정' 단어 27번 강조…임기 후반 '개혁 드라이브'
문 대통령은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 없다” 등 최근 공식회의에서 내놓은 검찰개혁 핵심 발언들을 이날도 이어갔다. 그러면서 “검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찰과 공평한 인사를 통해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공수처에 대해선 “검찰 내부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사건’까지 언급해가며 공수처 신설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처리가 절실하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대통령 친인척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해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기구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은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핵심이다.

취임 후 네 번째인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이례적으로 남북한 관계에 대해선 원론적 입장만을 언급했다. 미·북 실무협상 교착 등 외부 여건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상대가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와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 맘대로 속도를 낼 수 없다”며 답답함을 내비쳤다. 이어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쟁의 불안으로 증폭됐던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역사발전을 믿으면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대화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공정을 바탕으로 경제·사회·교육·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시사한 점도 주목된다. ‘조국 사태’로 분출된 공정을 역으로 임기 중반의 동력으로 삼아 개혁 드라이브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