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앞둔 문재인 대통령
종교 지도자들에게 삼중고 털어놔
다음달 9일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 통합, 경제, 남북한 관계 등 어느 하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희중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근 성균관장, 노영민 비서실장, 김거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고민정 대변인,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송범두 천도교 교령,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김성복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희중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근 성균관장, 노영민 비서실장, 김거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고민정 대변인,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송범두 천도교 교령,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김성복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 대통령은 21일 종교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이 같은 속내를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17년 12월 취임 후 첫 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 당시를 회상하며 “2년 가까이 흘렀는데, 국민 통합이라는 면에서 크게 진척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년간 국정 운영의 한 축에 대해 성과가 없다고 스스로 평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오늘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취임 당시와 달리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 개혁이라든지 공수처 설치라든지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어떤 조치로 국민들이 공감을 모으고 있던 사안들도 정치적인 공방이 이뤄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국민 통합’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조국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된 데 대한 강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총선이 점점 다가오기 때문에 이런 정치적 갈등은 더 높아지고, 또 곧바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과 화합을 위해서 대통령인 저부터, 또 정치인 모두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종교 지도자들께서 더 큰 역할을 해주셔야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정’의 가치를 수차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 보니 반칙·특권뿐 아니라 합법적 제도 속에 내재된 불공정까지 모두 해소하라는 요구였고, 우리 정치가 아주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감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세계 경기가 아주 빠르게 하강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도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얼마 전까지 ‘경제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밝혀온 것과 결이 다른 분석이란 평가다. 2017년 오찬에서도 종교 지도자들에게 “다행스럽게 경제는 거시적으로는 잘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지부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답답함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지금 막히면서 남북 관계도 진도를 더 빠르게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취임 후 종교 지도자들과 두 번째 오찬을 한 올 2월만 해도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화쟁(和諍)’의 중요성을 전했다. ‘화쟁’은 원효의 중심 사상으로, 각 종파의 서로 다른 이론을 인정하고 더 높은 차원에서 통합을 시도하려는 이론이다.

이날 오찬에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인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성복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김영근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등 7명이 참석했다. 7대 종단 중 박우균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은 건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2일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검찰 개혁과 민생·경제 현안을 풀기 위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는 것은 취임 후 네 번째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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