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처리와 관련해 “민주당 안(案)과 바른미래당 안을 놓고 (야당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민주당 안을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원칙적으론 민주당 안 처리를 추진하지만 바른미래당 안을 놓고도 협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은 백혜련 의원이, 바른미래당 안은 권은희 의원이 발의했다. 권 의원은 전날 공수처 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교섭단체 3당 협상에서 “바른미래당 안이라면 공직선거법 개정안보다 먼저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충분히 협의해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만 민주당은 권 의원 안보다는 백 의원 안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안은 민주당 안과 달리 대통령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만 공수처장을 임명하도록 했다. 공수처의 기소권도 민주당 안보다 축소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내부에서조차 ‘권은희 안’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민주당의 ‘회유책’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또 다른 ‘검찰 개혁’ 방안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되면 공수처 설치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권은희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는 질문에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권은희 안에 대해서도 ‘좋은 공수처 법안’이란 주장과 ‘어떤 공수처든 만들어지면 문재인 정권이 악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당내에 뒤섞여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날 공수처 설치를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을 이어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친문(친문재인) 무죄, 반문(반문재인) 유죄’ 세상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