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사전문가 브루스 베넷, 아산정책연구원 강연에서 제안
"北김정은, 비핵화 의지 안 보여…'핵물질 반출 테스트' 필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판단하기 위해 일종의 '테스트'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북한의 핵탄두 중 하나를 해체하고 핵물질을 미국으로 반출해볼 필요가 있다는 미국 군사전문가의 조언이 나왔다.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위원은 15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핵전력의 이해'를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전혀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 외부에 공개한 적이 있는 영변 핵시설에서 북한 기술자들과 미국·영국·프랑스 과학자들이 함께 핵탄두를 해체하고, 핵물질만 분리해 미국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한다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취지다.

베넷 위원은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가 30∼60개라는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추정치의 중간값을 언급하며 "핵탄두 45개 중 하나는 버릴 수 있지 않겠느냐. 그 하나도 못 내놓는다면 언제는 내주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는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뒤에서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북한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힌) 지난해 3월 이후 50% 이상 핵무기 전력을 증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베넷 위원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는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였을 뿐 비핵화 조치가 아니었다며 "김 위원장은 (핵물질) 생산시설을 더 확장했고, 핵무기 보관창고를 늘렸다"며 자신의 추정을 소개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또 북한에는 영변뿐만 아니라 '분강'과 '강성'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김 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폐기하겠다고 한 '영변 핵시설'은 "북한 전체 우라늄 농축시설의 4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넷 위원은 김 위원장이 의회와 언론의 견제를 받는 미국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큰 문제라며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미국으로 초청해 실상을 보여주고 김 위원장을 설득시켜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김여정이 유일하다"며 "김여정을 미국 고등학교로 데려가 미국 학생들은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최근 실험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위력과 관련해서는 "미국 잠수함과 달리 북한 잠수함은 소리를 많이 내기 때문에 핵미사일을 장착해도 바다 밑에서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며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쏘려면 잠수함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북한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SLBM을 일본 상공으로 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화를 냈겠지만,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쏘니 별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미일 동맹을 와해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핵무장론을 두고는 "사드 배치도 반대가 심했는데 미국에서 가져오던, 한국이 자체 개발하던 핵무기를 배치한다고 하면 한국 국민들 반대가 더 심할 것"이라며 "핵무기를 실은 미국 잠수함 한 대를 한국에 전담 배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