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11개 시·군 중 4곳만 명맥 유지, 옥천 내년부터 폐지

주민들이 모여 공 굴리기, 400m 계주 등의 경기를 하면서 하루를 즐기는 시민·군민체육대회가 사라지고 있다.

'역사 뒤안길'로 사라지는 시민·군민 체육대회
13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11개 시·군 중 보은군, 옥천군, 괴산군, 음성군 4곳에서만 이 대회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3곳으로 줄어든다.

옥천군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이유로 내년부터는 군민체육대회가 아닌 읍·면 개별 체육대회를 열기로 하면서다.

체육대회 개최 지역이 더 감소할 수도 있다.

괴산군은 이달 15일 군민의 날을 기해 열려던 군민체육대회를 취소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경기 일원에서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한데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군 관계자는 "1990년부터 군민체육대회를 열어 왔으나 내년부터는 읍·면 대항이 아닌 종목별 대회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마저도 개최하지 말자는 의견이 많다면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군민 체육대회 폐지의 이면에는 인구 감소나 고령화라는 안타까운 현상 외에 '편 가르기'라는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에서는 2008년 제6회 대회를 끝으로 시민체육대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2009년 제7회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그해 '신종플루' 확산의 여파로 대회가 취소된 후 이듬해부터는 개최 여부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주민 화합이라는 대회 취지와 달리 '편 가르기' 폐해가 심했던 상황에서 감염병이 발생하자 이를 핑계로 시민체육대회를 아예 폐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충주시에서도 이런 폐단 탓에 수십 년 전 시민체육대회가 폐지됐고 그 이후부터 읍·면·동 개별 체육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양군에서도 20여년 전 군민체육대회가 없어졌는데, 대회 때마다 반복됐던 읍·면 주민들의 '마찰'이 원인이 됐다고 한다.

영동군에서는 애초부터 군민체육대회가 아닌 읍·면 체육대회를 열어 왔다.

제천시와 증평군, 진천군은 읍·면·동 대항 군민체육대회도 열지 않고 있다.

다만 보은군과 음성군은 군민체육대회를 꾸준히 열 계획이다.

보은군 관계자는 "공 굴리기, 줄넘기 등 놀이 종목 위주인 만큼 인구 감소나 고령화와 무관하게 군민체육대회 개최가 가능하다"며 "군민 화합 차원에서 대회를 꾸준히 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