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권 사법 장악" vs 신속한 검찰 개혁
전 중앙지법 영장판사 영장기각 비판
“조국 동생 기각, 법원 오점 찍은 날”
검찰, 조국 동생 영장 재청구 방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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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의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8일 '국민과 검찰이 함께하는 검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 '검사파견 최소화' 등을 즉각 시행하라고 명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안을 내놓으라'는 지시에 화답하듯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 또한 지난 1일 '특수부 축소'와 '외부기관 파견검사 복귀', 4일에는 '공개소환 전면 폐지' 등의 개혁안을 7일 오후에는 밤 9시 이후 '심야조사'를 폐지하는 개혁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문제는 조 장관이 검찰개혁을 발표할 때 국민들은 가족의 검찰 수사에 더욱 관심을 집중했다는 점이다.

조 장관이 이날 오후 2시 30분 검찰개혁안을 직접 밝히는 순간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의 3차 소환조사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친동생은 영장청구 기로에 놓여 실질심사를 받았다.

법무부 장관 부인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직계가족인 동생에 대해서는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기각된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법무부 장관의 친인척인 5촌 조카는 해외 도피를 하다 마지못해 귀국해 이미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된 상태다.

자신이 이끄는 검찰의 수사대상이기도 법무부장관을 매일 뉴스에서 봐야하는 국민들은 그야말로 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공언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목도하는 중이다.

'정의롭고 평등한 나라를 만들겠다' 천명한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한 한 달 전부터 국민들은 '조국 수호'와 '조국 퇴진'으로 나뉘어 매주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것이라며 '국론 분열이 아니다'라고 애써 외면했지만 약 절반의 국민들은 '조 장관 임명이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맞는가', '검찰 개혁은 찬성하지만 왜 조국 장관이 아니면 안되는건가'라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글날인 9일 광화문 집회를 더 가속화시킨 것은 조국 장관 동생이 피의자심문까지 포기한 상황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 장관 동생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욕설과 막말로 무한 정쟁만 반복할 때가 아니다. 민생국회와 정치개혁, 검찰개혁을 위한 국회에 집중할 것을 한국당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범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범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누가 봐도 편파적인 영장 심사 결과 등 한마디로 이번 기각 결정은 공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 조국 감싸기 기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또한 "돈을 준 사람들이 줄줄이 구속된 마당에 돈을 받은 사람만 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중앙지법에서 피의자가 영장 심사에 불출석하고 구속을 피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심사를 앞두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아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서 피의자가 영장 심사기일에 불출석한 사례는 101건이며 이중 기각은 1건 뿐이다. 피의자가 출석해 구속영장 심사가 진행된 사례는 총 3만3,814건이며 이중 6,399건 기각, 발부율 81.08%를 기록했다.

서울중앙지법은 3년간 피의자 불출석 상태로 열린 심사가 총 32건인데 이 가운데 기각은 아예 없었다.

영장 심사에 불출석하는 피의자는 대개 유죄가 뚜렷해 심사를 아예 포기한 경우다. 이러면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만 검토한 뒤 구속영장 발부·기각을 결정한다.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여러 법조인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이점에서 기인한다.

2004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충상(62·사법연수원 14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장관의 동생 영장 기각을 공개 비판했다.

이충상 교수는 9일 지인들에게 보낸 A4 2장 분량 서신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를 기각한 오늘은 법원 스스로 오점을 찍은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이 검찰개혁에 대해 박차를 가해야 하는 압박감에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아내 소환·동생 영장심사 받는 날…조국 장관은 왜 개혁안 발표 서둘렀나

5일 서초동 집회에 '조국 수호, 검찰개혁'을 외치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운집한 사진을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교체했다가 10분도 안돼 다시 바꾸고 한 시간 동안 3번이나 사진을 바꾸는 등의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 또한 깊이 고민하지 않고 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허둥대는 것이라고 한 평론가는 지적했다.

검찰개혁이 법무부의 시급한 당면과제라고는 하더라도 하필이면 자신의 아내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동생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당일 그 와중에 서둘러 발표하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행위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장관은 이런 상황에 부담감을 내비치며 "사실 매일 매일 순간순간 고통스럽고 힘들 때가 많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 완수될 수 있도록 용기와 지혜를 모아주시고 계신 국민들의 힘으로 하루하루 견디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다음은 없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조 장관의 숨가쁜 행보에 검찰개혁의 진정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는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딱히 내놓을 입장이 없다"며, "국회는 국회가 할 일을, 청와대는 청와대가 할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 또한 20017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이 "국민들이 모여 '문재인 퇴진'을 요구한다면 저는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겠다. 시민들 앞에 서서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던 것과는 대치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때부터 부르짖었던 검찰개혁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숨 가쁘게 추진되는 조 장관의 행보가 가족이 수사선상에 오르며 주도권을 잃고 오히려 순수성을 의심받는다는 평가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위)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위)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조 장관이 검찰개혁안을 발표하자마자 "수사 대상이 검찰 개혁하겠다니, 국민들은 역겹다. 조국 검찰개혁안 본질은 수사방해다"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개혁안 대부분이 조국 자신과 일가족 수사와 연관돼 있다"면서 "포토라인 및 별건수사, 피의사실 공표 금지, 출석조사 최소화 등 대부분의 조치 첫 수혜자가 조국 일가이기 때문에 명백한 수사방해다"라고 강조했다.

아내 소환·동생 영장심사 받는 날…조국 장관은 왜 개혁안 발표 서둘렀나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 장관 동생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배임죄는 민사상 채무불이행과의 경계영역이 중첩되어 있어 유무죄 판단이 1심 2심 달리 나는 경우가 많아 대법원에서 확정날 때까지 다툼이 상존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영장단계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돈을 준 사람 전달한 사람 모두 구속된 상황에서 죄질이 가장 나쁜 받은 사람을 구속하지 않는것은 형평성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건강상태는 주치의조차 영장심사를 받는데 지장이 없다고 했는데 진단서가 붙었다고 할지라도 과거의 생활 영역에서 디스크 증세가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었다는 점을 소명해야 되는데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상황에서 법원이 이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장을 기각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소한 가족의 수사라도 일단락 된 다음에 검찰개혁을 발표했어도 늦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검찰개혁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조 장관이 진정 검찰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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