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주인 거쳐 가며 이름도 애니→송이→와이즈 어니스트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이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과거 한국 국적 선박으로도 운영됐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0일 보도했다.

VOA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정보 시스템과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등을 확인한 결과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에니'(Eny)호라는 이름으로 운영됐으며, 2015년에는 한국의 산업은행 캐피탈과 명산해운이 소유했다고 전했다.

실제 IMO 자료에 따르면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1989년 7월 파나마 선박으로 운항을 시작했지만 이후 필리핀, 그리스, 몰타를 거쳐 2004년 10월부터 한국 깃발을 달았다.

2015년 2월부터는 캄보디아 깃발을 달고 운항했으며, 이후 2015년 8월 시에라리온, 2016년 5월 탄자니아, 2016년 11월 북한 선박으로 등록됐다.

회원국 선박의 안전점검 기록을 관리하는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 자료를 보면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한국 깃발을 달고 최초로 안전점검을 받은 것은 2005년 7월 8일이다.

당시 선박 이름은 에니호였다.

이후 에니호는 한국 선박으로 계속 점검을 받다가 2015년 5월 31일 캄보디아 깃발을 달았다.

소유회사는 한국기업으로 추정되는 제이쉽 메니지먼트(J-Ship Management)에서 홍콩 소재 베스트 윈(VAST WIN)으로 바뀌고, 이름도 에니호에서 '송이'(Song I)호로 변경됐다.

송이호는 2015년 12월 16일에는 시에라리온 깃발을 달고 와이즈 어니스트호라는 이름으로 점검을 받았다.

북한 국적으로 점검을 받은 것은 2017년 1월 3일이 처음이며 당시 선박의 소유회사는 북한 송이해운으로 돼 있다.

VOA는 선박 등록지가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변경된 직후 이름이 송이로 바뀐 점을 들어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사실상 캄보디아 등을 거치지 않고 바로 북한에 매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와이즈 어니스트호 선적이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바뀐 시기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한 선박 판매를 금지한 2016년 이전이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자국 선박을 다른 나라에 등록하는 '편의치적'(便宜置籍) 제도로 제재를 우회할 수 있다고 보고 2016년 3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에서 제3국이 북한 선박에 국적을 빌려주는 것을 금지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선박 판매도 못하게 했다.

VOA에 따르면 와이즈 어니스트 외에도 북한 선박 '백마', '금빛 1', '탤런트 에이스', '보천', '동산 2' 등이 과거 한때 한국 기업 소유였거나 한국 깃발을 달았다.

와이즈 어니스트호, 과거 한국·캄보디아 깃발 달고 운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