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특유의 ‘샅바싸움’에 들어갔다. 미·북이 기싸움을 벌이며 이달 하순으로 예상됐던 비핵화 실무협상은 내달 중순 이후로 넘어갈 전망이다.

2000년대 ‘2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한 수석협상 대표였던 김계관(사진 왼쪽)은 27일 외무성 고문 직책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밝혔다. 김계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대북) 접근 방식을 지켜보는 과정에 그가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계관이 미국에 내세운 요구사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과 한·미 군사연습 중단, 대북제재 완화 등 세 가지였다. 그는 “‘선(先) 핵 포기’ 주장이 살아 있고 제재가 우리를 대화에 끌어낸 것으로 착각하는 견해가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해놓은 것이 없으며 오히려 중지를 공약한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했다고 억지를 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사진 오른쪽)은 26일(현지시간) “북한과 만날 날짜를 아직 못 잡았다”고 말했다. 당초 이달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실무협상 개시가 쉽지 않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린 전화벨이 울리고 그 전화를 받아서 북한이 가능한 장소와 시간을 알고 찾아가게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북 실무협상이 10월로 넘어가게 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은 이달 말 또는 10월 초에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인 시기는 북·중 수교 70주년인 10월 6일 전후가 될 것으로 국가정보원은 국회에 보고했으나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