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임기말 대통령과 빅딜 꺼리지만 트럼프 놓치기 아까울 수도
악재 덮을 '업적' 필요한 트럼프 조급함 이용할 가능성도
'탄핵조사'로 복잡해진 北, 트럼프와 협상에 계속 '올인'할까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조사라는 변수가 불거지면서 실무협상 재개를 앞둔 북한의 머릿속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역대 미 대통령 중 대북협상에 가장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을 때 협상을 서둘러 타결하는 게 유리할 수 있지만, 재선을 담보할 수 없는 그에게 모든 것을 걸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미국 민주당이 24일(현지시간) 착수한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전개와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힘이 실릴 경우 북한이 차기 미 행정부에서 협상 결과가 번복될 가능성을 우려해 트럼프 행정부와 구속력 있는 비핵화 합의를 주저할 수 있다.

북한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와 타결한 북미 기본합의가 2002년 후임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파기된 기억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임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뒤집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과거 합의가 엎어진 경우가 있어 되도록 끝나가는 행정부와 빅딜을 안 하려고 한다"며 "그나마 북한이 가장 협상할만한 대통령이 트럼프인데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북한이 다음 행정부와 협상하고 트럼프와 상황관리만 하기에는 아쉬울 수 있다"며 "일단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합의하는 게 나중에 다른 대통령이 들어서더라도 유리한 측면이 있어 그렇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탄핵 조사를 뒤덮을만한 외교 업적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함을 이용해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조치에서는 여지를 남기면서도 체제 안정과 제재 완화 등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려고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을 역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요구사항 일부만 관철되더라도 이를 근거로 차기 미국 대통령에 이행을 요구할 수 있으며, 미국과 협상 타결을 내부에 대대적으로 홍보해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돌아간 최고영도자의 영을 세울 수 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탄핵을 만회하기 위한 업적이 필요한데 그게 비핵화가 될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돌파구로서 북한 핵 문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 실무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미국 내 정치 상황에 따라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 청문회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을 돌리고자 하노이 협상을 결렬시켰다는 분석이 있는데, 탄핵 조사로 궁지에 몰리면 이번에도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성렬 전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탄핵 때문에 미국이 우리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겠느냐'라고 안이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오히려 판을 깨서 대북 강경론으로 여론을 몰아갈 수도 있다.

북한이 오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북한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한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탄핵 조사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이번 탄핵 조사 전부터 이미 재선 여부 때문에 불안해했고 그 때문에 단계적 동시적 방식을 주장한 것"이라며 "북한은 내년부터 상황 악화를 방지하며 관망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조사'로 복잡해진 北, 트럼프와 협상에 계속 '올인'할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