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중고교 교사들이 보게 될 6·25전쟁 교육자료집이 미국에서 발간됐다. 한국전쟁유업재단이 낸 《한국전쟁과 그 유산》(The Korean War and Its Legacy·표지사진)이다. 한국사와 관련된 교육자료집은 나온 적이 있지만 6·25만 다룬 자료집 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자료집 제작을 진두지휘한 한종우 한국전쟁유업재단 이사장(57·사진)은 “2012년부터 전 세계 6·25 참전용사 1300여 명을 인터뷰해 제작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국가보훈처 지원을 받고 미국 사회·역사교사 연합체인 ‘미국사회과학 분야 교원협의회(NCSS)’와 공동으로 기획했다. 231쪽에 달하는 이 책은 전쟁 발발부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 미국의 정치·사회에 끼친 영향, 한·미 동맹의 의미, 지난해 미·북 정상외교까지 집대성했다. 이 책은 미국의 일선교사 1만5000명에게 배포될 예정이다.미국 시러큐스대 등에서 강의해온 한 이사장은 2012년 한국전쟁유업재단을 설립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민간외교에 힘쓰고 있다. 그는 “전쟁 이후 한국 발전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다 보니 6·25에 대한 관심도 평소 많았다”며 “시러큐스대에서 참전용사들이 참여한 세미나를 하다가 ‘참전용사들의 자료를 꼭 보관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인터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한 이사장은 “국제 사회에서 6·25가 ‘잊혀진 전쟁’으로 남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역사 교사들은 6·25전쟁은 물론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며 “중국, 일본에서 나온 역사 자료집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교육 자료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참전용사들의 평균 연령이 곧 90대로 접어드는 점도 고려했다. 한 이사장은 “참전용사들의 평균 연령은 약 88세로, 거동조차 어려운 분이 많다”며 “6·25전쟁이라는 우리의 자산을 잃어버리기 전에 디지털 자료로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한 이사장은 “참전용사가 공공외교를 위한 최적의 민간 외교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참전용사들이 한국을 다시 방문했을 때 ‘상전벽해’의 변화에 놀라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며 “다른 나라의 국민이 한국을 좋게 얘기해주는 것만큼 훌륭한 공공외교는 없다”고 했다.내년 6·25전쟁 70주년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참전용사 인터뷰를 추가해 전쟁에 참전한 22개국의 총서를 만들 것”이라며 “70주년을 기리는 온라인 사이트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6·25 전사자 유가족들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25일 오전 9시께 서울 장충체육관 1층.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6·25전쟁 69주년 행사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 장내는 소란스러웠다. 6·25 참전 유공자 및 유가족 중 일부가 이날 행사 주최 기관인 국가보훈처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박승호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서울특별시지부장은 “무대가 잘 보이는 1층 좋은 자리는 다 비워 놓고 유가족들은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한다”며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6·25 당시 종군기자로 활동했다는 지갑종 유엔한국참전국협회 회장(92)은 맨 앞자리 좌석이 4·19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단체장 몫으로 채워진 것을 가리키며 “이분들도 중요한 건 맞지만 오늘이 6·25 기념일이라는 걸 감안하면 우선순위가 바뀐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이날 행사에 초청받은 예비역 장성 210여 명 대다수가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 장성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초대는 받았지만 현 정부에 대한 보이콧 차원에서 가지 않았다”고 했다. 행사장을 찾은 예비역 장성이 10여 명에 그치자 객석 뒤에서 행사 진행을 돕던 보훈처 직원 수십여 명이 급히 앞으로 이동해 빈자리를 메우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김종환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서울특별시지부 감사(88)는 “참전용사만 510명을 인솔해서 왔는데 구석진 자리가 아니면 2층에 앉으라고 한다”며 “이런 촌극이 따로 없다”고 했다.크고 작은 소란 끝에 행사는 예정대로 시작됐지만 참전 유공자와 유가족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연사로 나선 이낙연 국무총리가 남북한 평화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할 때에는 박수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경수 서울 개화산전투 및 다부동전투 구국용사회 부회장 겸 서울지부장(90)은 “이번 북한 어선 귀순 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북한과의 대화만 강조한 나머지 군이 ‘기본’을 잊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참전 유공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6·25 참전용사인 최무열 씨(88)는 “행사가 해가 갈수록 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느낀다”며 “행사에 불만이 있어 점점 참석하지 않는 유공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털어놨다.임락근/이미아 기자 rklim@hankyung.com
보수야당, 北목선 사건 언급하며 "안보해체" 비판 목소리여야는 25일 6·25 전쟁 발발 69주년을 맞아 한목소리로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리고 튼튼한 안보 의지를 다졌다.다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최근 발생한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 등을 언급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호국영령의 애국심과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이 대변인은 "국가에 헌신을 다한 분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자 도리"라며 "정부와 함께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그러면서 "굳건한 안보태세를 바탕으로 대화를 통해 대립과 분단의 시대를 극복하고 국민을 위한 평화의 한반도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땅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켜내신 선열들께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며 "한국당은 선열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민 대변인은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북한 동력선이 57시간을 아무런 제지 없이 동해를 누볐는데도 군은 이를 감추기 급급했다"며 "더 놀라운 것은 북한 동력선 사건의 축소·은폐 시도에 청와대도 함께 했다는 사실이다.호국영령들이 하늘에서 분노할 일"이라고 비판했다.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국립현충원 무명용사탑 참배 후 "최근 일련의 대한민국 안보해체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지키기 위한 국가 안보를 생각하는 날"이라고 언급했다.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순국선열과 세계 각국 참전용사 희생에 감사드린다"며 "우리가 매년 6·25를 기념하는 이유는 역사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논평했다그러면서 "최근 정권의 안보태세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정조사를 통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호국영령과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한 분들에게 합당한 보상과 예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 수석대변인은 "해묵은 대립과 분열을 끝내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6·25 전쟁을 넘어 새로운 남북관계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호국영령과 민간인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제 정전 협정을 넘어 영원히 전쟁을 끝내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 염원"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이 땅의 평화를 지키고 전쟁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이 튼튼한 안보이자 순국선열의 희생을 진정으로 기리는 일임을 잊지 않겠다"며 "한반도 평화 행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