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방법론·체제보장' 등 구체 사안 언급안해…총론만 재확인
"70년 적대관계 종식" 밝은미래' 강조…對北 메시지로 협상동력 이어가기
'불가침' 대원칙 확인…조만간 열리는 실무협상서 로드맵 조율할듯
'새 방법론' 언급없이 '안전보장' 총론 확인…"실질진전"에 방점

한미 정상이 23일 오후(현지 시간)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한미정상은 또 양국이 북한과 70년 가까이 지속해 온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하노이 노딜 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재개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서, 북한을 향해 '불가침', '적대관계 종식' 기조를 밝히며 일종의 안전보장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화동력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한미회담이라는 외교 무대를 통해 안전을 약속해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새 방법론' 언급없이 '안전보장' 총론 확인…"실질진전"에 방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65분간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이 종료된 뒤 "두 정상은 조기에 북미 실무협상이 개최돼 실질적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실무협상이 3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진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실패를 딛고 비핵화 협상을 계속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바텀업' 방식의 실무협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 필요하며, 실무협상을 징검다리 삼아 3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날 한미정상은 이 여정에서 무력개입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북한의 안전을 한미가 사실상 보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으로 생중계된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우리는 (북한에 대한) 행동들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행동'이 정확히 무엇을 염두에 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전쟁이 났을 것"이라고 거론한 만큼 '군사적 행동'을 지칭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언급에는 모처럼 비핵화 협상이 제 궤도에 오르려는 시점에 북한이 대화의지를 접는 일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당근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결국 안전보장·적대관계 종식 등 북한이 비핵화를 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밝은 미래'를 약속하면서 대화의 동력을 얻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고 대변인이 "한미 정상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정신이 여전히 유효함을 재확인했다"고 언급한 것,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협상해 비핵화 진전을 이루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 것 역시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새 방법론' 언급없이 '안전보장' 총론 확인…"실질진전"에 방점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 결과발표를 두고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싱가포르 합의정신 재확인·무력 불개입을 통한 안전보장·적대관계 종식 등은 북한에 대화를 이어갈 명분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하노이 노딜'의 원인이 됐던 비핵화 방법론에서의 이견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실무협상에서의 실질적 성과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새로운 방법론'이 이날 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발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리비아 모델'(선 핵 폐기-후 보상) 을 비판하며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새로운 방법론'이 뭔지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예상도 뒤따랐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기점으로 북한이 요구해 온 '단계적 해법' 등을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내놨으나, 결과적으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 콘셉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의제로 삼으려 시도하고 있는 체제보장이나 제재완화에 대해서도 한미정상이 똑 부러지는 논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고위관계자는 "(한미정상 논의 과정에서)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언급은 나왔다"고만 했을 뿐,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협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제보장에 대해서도 두 정상 간 구체적인 말씀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회동에서는 북미대화를 통한 비핵화 진전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북측에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세부적인 로드맵 조율은 실무협상의 몫으로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더라도, 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일종의 '중재 가이드라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한미정상이 '불가침' 원칙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도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두 정상이 필수적이라고 느낀 '공통분모'가 바로 안전보장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대원칙을 거듭 확인한 것을 바탕으로 문 대통령은 이후 북미 실무협상, 3차 북미정상회담이 진전되는 상황을 보며 적절한 시점마다 '촉진자'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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