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3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한 데 대해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자 ‘먼지 털기’ 식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조 장관 사퇴가 불가피해졌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및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가운데 청와대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민주당 “한·미 회담에 재 뿌리는 행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 달째 진행되고 있는데,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수사가 상당히 난항을 겪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보도를 보면 조 장관 관련 수사팀에 검사 20여 명, 수사관 50여 명이 동원됐다고 한다”며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진실로 밝혀진 것은 없는 듯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 관행에서 가장 나쁜 것이 먼지 털기 식 별건 수사”라며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한 총력 수사가 아니라 국민의 관심사인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이 조 장관이 주도하는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해 조 장관 일가를 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방식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안고 전날 미국 순방을 떠났는데, 검찰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며 “24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재를 뿌리는 행위가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검찰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였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누가 뭐래도 지금은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데 진력할 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방미(訪美) 성과가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해석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대표.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대표. /연합뉴스
나경원 “문재인 정권, 막장 갈 것”

야당은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 회의 직후 “검찰이 원칙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며 “그 결과는 검찰이 면밀한 검토·분석 후에 전달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그간 조국 부부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해 왔다”며 “(청와대가) 왜 이렇게 (조 장관 해임이라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안 하고 고수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조국이 기소돼도 끝까지 무죄추정 원칙을 운운하며 그 자리에 놔둘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며 “그렇다면 이 정권은 끝장과 막장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주 조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한국당은 이날 문 대통령과 조 장관, 자당 지도부의 자녀 의혹에 대해 특검을 하자며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당 회의에서 “이제 대통령이 정말 결단해야 한다”며 “장관의 집을 검찰이 압수수색 했는데, 그 장관이 어떻게 검찰을 지휘하고 이 나라 정의를 지킬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