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2일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묶은 ‘민부론(民富論)’을 발표했다. 정부 주도의 관치 경제 체제를 민간 주도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바꿔 현재 3만달러 수준인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2030년 5만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2월 대표 취임 이후 ‘장외 투쟁’에 주력해 왔다면, 앞으로는 현 정권의 ‘경제 실패 프레임(틀)’을 집중 부각하고 정부·여당과 본격적인 ‘정책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부론’ 국민보고대회에서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발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부론’ 국민보고대회에서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발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내년 총선 앞두고 ‘정책 경쟁’ 시동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민부론 발간 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소득주도성장 같은 ‘천민 사회주의’ 정책이 대한민국을 중독시키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심폐소생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부론은 대한민국 ‘경제 중병’을 치료할 특효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늘색 셔츠와 남색 바지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연단에 오른 황 대표는 무선 헤드셋 마이크를 단 채 약 90분간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단상도 없애고 손에 메모지만 든 채 연단을 자유롭게 오가며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현 정부의 반(反)시장, 반기업, 친(親)노조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 2040년대 이후엔 한국이 ‘남미형 경제위기’를 반복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를 막기 위해선 경제정책 방향을 △경제 활성화 △경쟁력 강화 △자유로운 노동시장 △지속 가능한 복지 등으로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경제, 심폐소생술 시급…'민부론'으로 살려야"
황 대표가 제안한 민부론의 핵심은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가보다는 가계에 먼저 돌아가게 해 민간 소득과 재산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경제정책 기조를 바꿀 20가지 세부 과제도 제안했다. 경제 활성화 과제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법인세·상속세 등 인하 △탈원전 정책 폐기 △도심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상법·공정거래법 등 개정을 통한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입 방지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쟁 촉진 등이, 자유로운 노동시장 조성 방안에는 △최저임금 동결 및 차등화 △파업 시 대체근로 전면 허용 등이 담겼다. 복지 지출의 누락 및 중복을 차단하고, 복지제도 수립 때 페이고(pay-go:정책 추진 시 재원 대책도 마련) 원칙을 강화하는 대책도 내놓았다.

황 대표는 ‘민부론에 담은 정책이 시행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전략적으로 잘 배치해 국민이 ‘경제 대전환’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관련 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부론 집필을 총괄한 김광림 한국당 ‘2020 경제 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은 “주요 7개국(G7) 중에서도 1인당 GNI 5만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미국뿐”이라며 “지난한 과정이 걸리는 목표지만, 기업이 힘을 내 일할 수 있게 도와주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황 대표 지시로 지난 5월 말 출범한 대전환위는 당 소속 의원 27명과 외부 전문가 63명으로 구성됐다.

‘릴레이 삭발 투쟁’은 중단

한국당은 민부론에 이어 조만간 외교·안보, 교육, 청년·여성 등 분야 정책 대안도 줄줄이 발표할 계획이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대규모 장외 집회와 ‘릴레이 삭발 투쟁’에 나서면서 당내 결속 효과는 봤지만, 이 같은 ‘투쟁 일변도’로는 내년 총선 전까지 유권자 표심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당 한 당직자는 “이미 당 정책위원회 산하 8개 분과에서 정책 대안을 어느 정도 마련해 놓았다”며 “이달 분과별로 순차적으로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황 대표의 삭발을 시작으로 1주일 가까이 이어진 당내 인사들의 ‘삭발 릴레이’는 일단 멈췄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삭발 자제령’을 내리면서 지난 주말 개최된 장외 집회에서도 삭발식은 따로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삭발 릴레이가 희화화 대상이 되면서 ‘투쟁 결기’를 보이려는 본래 의도가 퇴색됐다는 황 대표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