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카운터파트에 김명길…"트럼프 '새로운 방법' 환영"
북한이 20일 김명길 전 주베트남 북한대사(사진)가 미국과의 실무협상 대표로 나선다고 공식 확인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에 대해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명길은 이날 외무성 순회대사 명의로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내 이같이 밝혔다. 순회대사는 외무성 국장과 부상 사이의 직책으로, 특정 단일 주제를 집중 담당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했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어봤다”며 “조·미 실무협상 우리 측 수석대표로서 낡아빠진 틀에 매달려 모든 것을 대하던 말썽꾼(볼턴 전 보좌관)이 미 행정부 내에서 사라진 만큼 이제는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명길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그는 “낡은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대안으로 해보려는 정치적 결단은 이전 미국 집권자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또 할 수도 없었던 일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치 감각과 기질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또 “나는 미국 측이 이제 진행될 조·미 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해 낙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대미 협상라인을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교체했다. 최근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협상 총괄자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앞서 최선희는 지난 9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께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측이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언급했다.

김명길은 그동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북한이 실제 미·북 실무협상의 대표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 담화가 처음이다. 유엔총회에 북한 측 대표로 누가 참석할지는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김명길의 담화 발표는 미·북 실무협상의 시기와 장소가 조만간 발표될 것이란 신호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그동안 “시간과 장소가 결정되는 대로 북한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