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법'은 실현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자는 취지"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 공식 확인…볼턴 겨냥 "말썽꾼 사라져"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서 '리비아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방법'을 언급한 것을 환영하며 향후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김 대사는 자신에 대해 앞으로 진행될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라고 밝혔다.김 대사는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하였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어보았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그는 "조미실무협상 우리측 수석대표로서 나는 시대적으로 낡아빠진 틀에 매여 달려 모든 것을 대하던 거추장스러운 말썽꾼이 미 행정부 내에서 사라진 것만큼 이제는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미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리비아 모델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하고 난 뒤에 미국이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하는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으로 최근 경질된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강한 거부감에도 주창해온 방식이다.담화의 '말썽꾼'은 볼턴 전 보좌관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을 경질한 다음 날인 지난 11일 볼턴의 리비아 모델 언급이 "매우 큰 잘못이었다"고 비판했으며, 이후 18일에도 리비아 모델을 비판하며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김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지 그 내용을 나로서는 다 알 수 없지만,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김 대사는 "발언 내용의 깊이를 떠나서 낡은 방법으로는 분명히 안된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대안으로 해보려는 정치적 결단은 이전 미국 집권자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또 할 수도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치 감각과 기질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나는 미국 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밝혔다.또 "우유부단하고 사고가 경직되었던 전 미 행정부들이 지금 집권하고 있다면 의심할 바 없이 조선반도에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조성되었을 것이며 이것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김 대사는 외무성 순회대사에 임명되기 전 주베트남 북한대사를 지냈다.김 대사는 북미 실무협상 북측 대표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북한 매체가 그를 수석대표로 공식 호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한편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9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측과 마주 앉아…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데 이어 실무협상 수석대표를 맡을 김 대사가 최근 미국의 안보라인의 변화를 긍정평가함에 따라 북미실무협상 재개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지난 14일 핵심 석유시설을 피격당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이라크 등에 원유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또 자국 원유 소비 줄이기에도 나섰다. 사우디가 피격에 따른 원유 생산 차질을 이달 말까지 해결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는 이라크 국영석유판매사(SOMO)에 원유 2000만 배럴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라크 국영통신은 SOMO가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사우디는 이라크 외 다른 외국 정유기업에도 원유를 수입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정유업체 사라스SpA의 다리오 스캐파르디 최고경영자(CEO)는 “아람코가 16일 석유제품 구매를 문의했다”고 WSJ에 밝혔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파트너는 “사우디가 그들의 주장만큼 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달 말 생산 손실을 완전히 복구할 것이며 11월 말까지는 생산능력을 120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혔다.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최근 자국 기업에 돌아가는 원유를 일평균 100만 배럴 정도 줄였다. 아낀 원유를 주문받은 수출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수출량을 채우기 위해 원유 품질 조정에도 나섰다. 아람코는 인도 정유사들에 원래 주문한 경질유 대신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중질유를 보내겠다고 통보했다. 세계 원유 공급의 10%를 차지해온 사우디는 이번 석유시설 피격으로 기존 하루 평균 생산량의 절반인 570만 배럴가량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아람코 측은 이달 말까지 산유량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파하드 압둘카림 아람코 남부석유시설 책임자는 20일 피습 석유시설 두 곳 중 하나인 쿠라이스 유전 피격 현장을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달 말 안에 쿠라이스 유전 산유량이 완전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하루 24시간, 주 7일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원유업계 전문가들은 아람코가 주장한 시일 내에 원유 생산량이 회복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며 “사우디가 이달 내 산유량을 정상 수준으로 올릴 수 없다는 의심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사우디는 아람코 기업가치 방어에도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공개(IPO) 지연과 피격 사건이 겹치면서 아람코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사우디 정부가 자국 부호들에게 상장 공모 때 아람코 지분을 대거 사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압박을 받은 부호 대부분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7년부터 작년까지 반부패 수사를 명목으로 체포해 조사했던 이들로 알려졌다.한편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도 이란은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지키기 전까지는 미국과 마주앉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도 일축했다.진정되던 국제 유가는 강보합세로 돌아섰다. 사우디 산유량 회복 일정과 중동 정세가 불투명해진 영향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03%(0.02달러) 오른 58.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1.3%(0.80달러) 상승한 64.40달러에 마감했다.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내달 안으로 북미간 실무접촉이 이뤄질 것이라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전망했다.문 특보는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가 개최한 '제30차 국내안보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북미가 최근 비핵화 협상 재개 신호를 주고받는다면서 "실무접촉이 2~3주 안에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간 북미 대화가 답보상태에 빠진 이유로는 "하노이 북미협상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은 아무 소득을 얻지 못했는데, 이후 회담에서 그러한 일이 재발한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다만 북미 실무접촉이 이뤄지더라도 양측의 입장차가 커 팽팽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 특보는 "북미 간 입장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미국은 강선 등 최소 세 곳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 핵시설에 대한 신고 및 폐기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에 대한 상응조치가 북한을 만족시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북한은 제재 해제나 완화를 원하지만, 미국은 인도적 지원이나 남북경협 지원 정도를 제시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북한 체제 안전보장 문제나 불가침 협정 체결 문제 등에서도 "미국이 얼마나 준비됐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문 특보는 그러나 "(현재 북미협상에 대한) 비관론이 90%인데 반해 낙관론은 10%, 그 중에서도 협상이 될 거라고 보는 분은 1∼2%에 불과하다. 저는 그런 낙관론자에 속한다"면서 "북미 협상은 결국 지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내년 대선 전까지는 북미관계를 해결해 재선에 나설 것으로 확신한다는 설명이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